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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미 (イキガミ, 2008)
내용도 주제도 영화 제목 단어의 뜻도 몰랐지만 저는 단순하게 제가 좋아하는(아니, 편애하는) 배우들이 왕창나온 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감내하며 볼 준비가 되어있었던 영화입니다. 마츠다 쇼타, 야마다 타카유키, 츠카모토 다카시 등의 멋진 배우들이 출연한다니 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왠지 그들이라면 괜찮은 작품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배우에 대한 믿음도 이 영화를 봐야겠다라는 이유가 아니었나합니다. 영화는 흥미진진하기는 했지만 약간은 진부한 면이나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하였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저는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나름대로 작품 자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독특했거든요.
줄거리 (출처 : Daum 영화)
일본 국민에게는 국가번영유지법이라는 의무법이 있다. 국가번영유지법이라는 것은 18세에서 24세 사이의 무작위 몇명이 국가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번영유지법은 생명의 가치를 높이고 국가의식, 생산의욕을 향상시키고 있다 한다. 25세가 된 후지모토 켄고(마츠다 쇼타)는 무사히 그 의무기간을 마치고 난후 이젠 그 의무를 부여하는 기관에 들어간다. 그리고 기관의 원칙에 따라 죽음이 확정된 사람들에게 24시간이 남은 순간 찾아가 이키가미(사망예고증)을 주며 그에 대한 보상을 읊어준다. 대상자에 대한 과도한 간섭은 규칙위반이라는 것을 알지만 후지모토는 자꾸 그들에게 인간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는데...
정말 누군가의 삶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가.
정부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사람들의 생명의 기간을 제한하는 것을 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은 곧 한 사람의 목숨을 타인이 결정을 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궁금함으로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막 자신이 꿈꿔왔던 꿈을 펼치기 바로 직전의 젊은이가, 혹은 불쌍한 여동생을 위해서 나쁜 일로 무조건 돈을 모으던 오빠가 동생 수술비만 되면 그만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졌던 어느 오빠가, 방구석에 쳐박혀있던 히키코모리인 아들이 갑자기 죽어야만 하는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주인공인 켄고가 아니더라도 의문을 가지게된다. 정말 그 사람들의 목숨을 가져가야했었던 것일까하고 말이다. 이제 막 달라져보려고 했는데, 이제 막 피어나려고 했는데, 이제 조금 있으면 모든 오해가 풀리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으려고 했었는데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한 채 그들은 발버둥치지 못하고 떠나가야하는 것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아 내내 불편했다.
만약 오늘이 너의 남은 마지막 하루라고 통보를 해온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내내 왕따를 당했던 왕따는 어차피 죽는다고 생각하니, 자신을 괴롭힌 사람을 찾아가 복수를 꿈꾸기도 하고, 어떤 젊은이는 내내 움츠려있고 숨겨두었던 자신의 재능을, 그리고 꿈을 가감없이,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쏟아내기도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어릴 적 실수로 실명당한 동생에게 눈을 주기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만약 내가 저 상황에서 오늘이 바로 내 마지막이라고 어느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면 어떻게할까라고도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뾰족히 멋진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꼭 되갚아주고 싶은 것이 있어 복수를 할 것도 아니고, 여태 하고 싶었던 일을 못해왔던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그냥 집에서 편히 쉬면서 마지막을 기다리는 것은 왠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연애 한번 진하게 하지도 못한 채 싱글로 죽는다는 것에 개탄하겠지라고 생각하니, 왠지 내 삶이 가엽어보이기도했다. 누군가 그랬던가, 인간은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는 유한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바둥거리는 거라고. 이 영화를 보다보니 내가 '유한인간'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듯 하다. 아- 괴롭다. 난 무엇을 해야할까.
이런 모든 정책은 무의미하고 무미건조한 세상에서 단지 '감동'이 필요해서라고!
영화에서는 이렇게 갑자기 죽은 청년을 나라를 위해 죽었다고 이야기하고,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계속 방송으로 알려주고, 그의 스토리를 미디어를 통해서 알려준다. 사람들은 죽기전 온 힘을 다해 자신의 꿈을 위해 노래를 부르다 죽은 청년의 스토리에 감동먹으며 한 동안은 거리는 그 음악으로 가득찬다. 그렇게 미워하고 나를 공부하는 기계로만 취급했던 냉혈한 정치인 어머니를 증오했던 히키코모리는 그의 마지막 날 복수를 하겠노라고 처음 바깥으로 나갔던 날 그가 알고 있었던 것은 오해이고,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겨우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눈치를 챈다. 동생에게 눈을 주겠다는 오빠의 계획을 알게되자, 수술을 거부하는 동생을 위하여 병원의 모든 시간을 바꾸고, 사람들에게 사정하여 입을 맞추고, 결국 동생은 오빠의 눈을 얻게되는 가슴 찢어질 듯하게 감동스러운 사연을 남기고 죽는다. 이런 죽음을 옆에서, 혹은 미디어로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런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볼 때마다 왠지 가슴 벅차고, 울렁하기도 하고 자신도 꿈을 향해 전진해야겠다거나 자신도 남을 도우며 살아야겠다라고 다짐을 할 지도 모른다. 혹은 단지 무미건조하고 파동하는 없는 삶에서 유일하게 내게 파동을 만들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번 가슴 설레고 쿵하고 부딪히는 그런 느낌 만으로도 내가 살아있구나!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 말이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 프리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 목적도 없고, 무언가 목적을 위해 헌신하는 열정도 없다고 한탄을 하는 목소리와 이 작품은 은근 겹쳐지는 것이 많은 것 같다. 목적도 없고 감흥도 없으니, 가장 절절한 순간을 만들어 억지로라도 만든다는 발상은 정말 충격적이지 아니한가하고 말이다. 아무튼 3개의 에피소드는 조금 진부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하나하나에서 오는 메시지들을 조합해보면 뭔가 아찔하고 따끔한 충고가 있는 작품인 것 같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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