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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많은 생각을 안겨준 시, '화살과 노래'

by Evelina 2008.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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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과 노래 
by Henry Wadsworth Longfellow,1807-1882

나는 하늘을 우러러 화살을 쏘았네
화살은 빛살처럼 날아서
어딘가로 사라지고
화살이 머무는 곳 아는 이 없었네

나는 하늘을 우러러 노래를 불렀네
노래는 하늘을 맴돌다
어딘가로 사라지고
노래가 머무는 곳 아는 이 없었네

먼 훗날 참나무 등걸에
화살은 부러지지 않은 채 박혀 있었고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친구의 마음 속에 새겨져 있었네

**
'화살과 노래' 라는 것은 사실 시가 아니라, 블로거 칸님께서 보내주신 책의 제목으로 처음 만나보게 되었던 시입니다. 책의 첫장에는 Longfellow의 '화살과 노래'라는 시가 적혀져 있었고, 저도 매우 동감할 만한 이야기로 책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오빠, 보내준 책 고마워요~ ^^ )
http://linetour.tistory.com/entry/대한민국-최초울이모


***
한 시인이 길을 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났다고 합니다. 시인은 반가운 마음으로 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그는 아무 반응도 없이 쌩하게 찬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가 버렸다고 합니다. 깜짝 놀란 시인은 그를 따라가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당신이 먼저 그런 식으로 대했잖아요?"

그러나 시인은 그를 무시한 기억이 없었습니다. 아마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길을 걷다가 반갑게 인사하는 그를 그냥 지나친 모양이었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슬퍼진 시인은 집으로 돌아와 한 편의 시를 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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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과 노래,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시작은 같은 곳에 있었습니다. 한번 내뱉은 말이라는 것은 - 그것이 진심을 담고 있던 아니던,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그것의 목적이 무엇이든지에 상관없이 -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동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인은 시 한편에 간결하게 보여주고 있어 가슴 한 곳이 뭉클해져 오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을 뿐이지만, 혹은 그렇게 행동을 했을 뿐이지만, 누군가는 그 이야기에 지금 어디에선가 삶의 의욕을 포기하기도 하고, 혹은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옆에서 많이 지켜보았던 사람으로써는 정말 가슴 한곳이 찡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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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것이 말이든, 글이든, 동작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그런 순간, 내가 혹시 한 말이 누군가에게 화살이 될지, 노래가 될지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말을 하는 또는 표현을 하는 사람에게 그 모든 책임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사물을, 생각을 표현하려고 하더라도,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화살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살이라고 믿어질 수도 있는 것처럼.. (마치 누군가는 인터넷의 악플이 하나 좋을 것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악플도 일종의 관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조금 더 성숙된 인간으로써, 한번은 내가 표현하기 이전에 내가 이런 일을 함에 후회가 없을지 - 뭐, 후회없는 인생이야 있을까하지만 - , 누군가가 나로 인하여 치명적인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는 않을지 한번 더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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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천하고 부족한 한 사람이지만,
혹시라도 많은 분들에게 '노래'를 불러줄 수 있을지는 않을까 혹은 불러주고 싶다고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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