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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이 제목을 보면 요즘 제가 어떤 세계를 마주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정신은 혼미하고 괴상해졌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더욱 정상적인 마인드에서도 어디까지의 관용과 이해가 가능한지를 실험하고 있다고(말하며 변명을 주저리 늘어놓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나중탁구부 (Furuya Minoru 作)
2003년도에 출판되어 지금은 품절이 된 이 만화 시리즈는 딱 남자 중학교 고등학생들의 몽정기라고 해야할까, 딱 그 시기를 심도있게(?) 다룬 명랑만화라고 봐야할 듯 하다. 지극히 평범하고 논리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믿는 나에게는 조금 충격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가끔 더럽고 추잡한 설정도 마다않는 작가, 아니 캐릭터의 놀라운 상상력이 나를 호기심의 세계로 데려가기도 했었다가 또 순간 혐오감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어찌보면 남자 중-고등학생들의 솔직하고, 조금 과정되지만 있을 법한 순수하고 명랑함을 가감없이 보여준 만화가 아니었나한다.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 MASUDA KOUSUKE 作)
재미있는 만화책을 회사 동료들에게 소개시켜달라고 했더니만 사람들이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을 입을 모아 추천을 했다. 다 읽고 나니, 추천을 한 그들의 의식세계가 사뭇 궁금해진다. 나는 그들을 진정으로 알지 못했었던 것일까. 아무튼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의 캐릭터는 일본 버라이티에서 볼 수 있는 보케와 츳코미들이 난데없이 터져버리는 것은 물론이요. 이야기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듯 논리적인 구성이라기 보다는 말초 신경이 이끌고 반응하는 대로 나와버린다. 하지만 이야기들에는 모두 기승전결이 매우 뚜렷하게 존재한다. 이야기는 집중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삼천포로 빠져버려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당신을 안드로메다에 보내버릴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아무 생각없이 웃음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무반응일 때에는 그냥 지나쳤지만 어느 순간 실생활에서 나도 모르게 개그만화의 한 대사가 툭 튀어나올까봐 걱정이다. 아무튼 이 만화를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맛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요즘 이상하게 상상플러스에 나오는 '재중'이라는 발호세라는 별명의 배우(?)를 보면 이 만화가 생각난다. - - ;;
박쥐 (박찬욱 作)
스타트렉을 보려고 했다가 결국 맞는 시간은 '박쥐'밖에 없어서 볼 수 밖에 없었던 영화. 사람들의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기도했고, 어느 말이 진실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친구와 나는 그냥 이 영화표를 단번에 사버렸다. 극장 개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에는 그닥 사람이 많지 않은가보니 박찬욱 감독 이번에는 대중적인 요소를 많이 뺏나보다. 혹은 아직 한국 대중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것들을 넣었거나말이다. 귀신이나 공포영화를 보지 않는 편이다보니, 이 영화의 몇가지 좀 잔인한 장면들을 모두 손으로 가리고 나니 그닥 이 영화가 공포스러웠나 싶을 정도이나 영화의 대다수는 손가락 틈 사이로 본 듯하다. 아무튼 이번에는 박찬욱 감독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미 비위도 조금은 상한 상태였으니깐. 하지만 늘 그렇듯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과, 채워지지 않는 욕정과,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그 감정때문에 느끼는 죄책감과 혼란까지 인간으로 사는 것이란 참 쉽지 않아보인다. 그의 영화들을 모두 좋아하기 했지만, 참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진실로.
아무튼 그동안 보고 읽었던 것들이 그닥 기존의 취향이라고는 할 수 없었으나, 끊임없이 궁금해지는 타인의 취향 그리고 내가 혹시 발견하지 못한 나의 취향이라는 것이 궁금해서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이런 상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와 그런 생각과 상상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놀라움과 경외. 그리고 어쩌면 나도 일반인의 시각보다 한차원 혹은 다른 차원을 볼 수 있는 눈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걸 바랬었다면 지금 나에겐 저것들이 꼭 필요한 것들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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