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Cause vs. Basket Case :: 한국주의 자연의 맛 - 풀향기

2009.01.20 00:09

한국주의 자연의 맛 - 풀향기


작년 12월 말, 저희 아버지는 만으로 60번째 생일을 맞이하였습니다. 회갑 잔치를 벌여 친구분들을 초대는 이후 10년 뒤 행사로 미뤄두고, 저희 자식들은 조촐하게 맛있는 식사와 선물, 그리고 머리 컸다가 잘 놀아드리지 않는데 그날 하루는 종일 붙어있어드린 것 같습니다. 왠지 갑자기 우리 아빠가 '할아버지'라는 소리가 어색했었는데, 조금씩은 정말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것 같아 보여 바라보는 저도 가끔 어색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튼 조금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 날에 어디를 가야하지하고 몇 주전부터 계속했었는데, 무언가 딱히 이거다!라는 느낌이 확 오지않아서 고민하다가 결정한 곳이 '풀향기'입니다.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구성하고, 짜고 맵고 달지 않은 삼삼한 맛이 정갈하고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는 곳이라 선택해보았습니다. 다만, 간을 강하게 즐기는 타입인데다 '단 것'을 너무 좋아해서 약간은 걱정은 되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건강을 생각한다면 풀향기 스타일처럼 맞추어갔으면 하는 억지 바램으로 이 곳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저는 흡족하게 잘 먹고 왔습니다.


한강진역에서 한남대교 방향으로 가다가 육교에서 유턴으로 올라오면 루터교회였던가, 바로 그 옆에 있습니다. 아마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너무 위로 또 올라가시면 남산까지 올라가실 수도 있으니, 우측을 잘 살펴주세요 ^^


풀향기라는 이름처럼 가게안의 인터리어도 화려하기 보다는 오히려 투박하게, 그리고 따뜻한 느낌으로 아늑하게 꾸려놓았습니다. 주로 가을 볕이 좋은 날 창가에 앉아서 먹으면 기분도 좋구요. 작긴하지만 창문 너머로 작은 장독대나 풀들로 삭막한 대교와 8차선 대로를 가려두었습니다. 꽤 아늑해요~


저희는 이날 풀향기A  코스를 주문했었는데, 그 날이 동지날이여서 호박죽 대신 팥향이 듬뿍 느껴지는 팥죽 안 그릇과 물김치가 먼저 나왔습니다. 저는 물김치를 너무 좋아해요 >_<


그리고 전채로는 도토리묵이랑 샐러드와 도라지 같은 갖가지 반찬들이 입맛을 돋구어주었습니다. 간이 세지는 않지만 매콤한 메뉴들이 중간중간 섞여있어 그닥 심심한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들깨버섯전골과 밀전병등이 함께 나와서 입맛을 살짝 돋웁니다. 이 집의 들깨버섯전골은 나중에 한번 집에서 도전해보고 싶어요. 거의 간이 없다시피 싱거운 간을 좋아하는 저희 집 식단에는 좀 잘 맞는 것 같아요 ^^;;


아삭하게 튀겨낸 튀김들이 한 가득. 새우, 호박, 깻잎 등에 바삭한 튀김옷을 입혀서 함께 나오고, 이런 저런 새송이구이, 잡채, 불고기과 전들이 또 한상을 금새 채워서 또 먹고 먹어도 지칠 줄 모르네요.


그리고 추가로 주문했었던 신선로는 갖가지 전들과 버섯, 생선과 고기, 무 등의 재료들이 한 가득 들어가서 한참을 끓여서 그런건지 몰라도 다른 재료들보다 국물이 진국이더라구요. 살짝 고추의 맛이 개운함을 만들어서 인지 한그릇 뚝딱 할 수 있었습니다. (단, 아이들과 같이 가신 경우라면 떡갈비 등을 곁들여 드시면 더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디저트 바로 전의 식사는 이렇게 나물과 젓갈, 그리고 조기 한마리와 깔끔한 된장국과 함께 깔끔한 밥상이 차려집니다. 왠지 이 걸로 끝을 내야 할 것 같은데, 앞의 것들을 거의 남기지 않고 먹었더니, 힘이 드네요. 다 먹고 난 뒤에도 하루종일 저녁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배가 든든하게 불렀던 것 같습니다. 역시 영양이 듬뿍 들어가서 그런지, 정성때문이었는지 잘 먹고도 쉽게 배가 꺼지지 않고 든든했던 게 가장 마음에 들었네요~ ^_^


아까 1층의 창가 밖으로 보이던 장독대와 풀들의 정체가 바로 이겁니다. 앞에 장들이 담겨져 있는 장독대들이 몇 십개가 서 있습니다. 어릴 적엔 겨울 때마다 장독대를 심고, 그리고 된장 고추장은 장독에서 퍼왔던 것 같은데 지금은 보기가 어려운 것 같네요.


그리고 대망의 생일 케잌. 기대하고 기대했었던 패션5의 '딸기한입가득' 케잌을 골랐습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딸기들도 큼직하게 잔뜩이지만, 그 아래에 빵 속에 보이는 딸기 들고 겉만이 아니라 속안에도 다 저렇게 딸기들이 빼곡히 들어가있습니다. 게다가 더 좋은 건 시럽에 담가놓은 게 아니라, 생 딸기가 통째로 그대로 들어가있다는 것! 딸기가 제철이라 그런지 정말 베어물 때 마다 너무 행복했던 것 같네요. 아무튼 이렇게 조촐하게 가족끼리의 60번째 생일을 보냈답니다.


풀향기 한남동점
주소 : 서울 용산구 한남동 726-54
전화번호 : 02 - 796 - 3490




풀향기 한남점 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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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정취가 느껴지는군요.
    흐음~
    잘 봤습니다.

  • 말로만 듣던 '딸기 한입 케이크'를 드디어 보았네요 이야~
    그리고 아버지 환갑 축하드려요. 저희 아버지도 보자... 3년 뒤면 환갑이시니 그때 좋은 곳을 봐두고 잔치를 벌여야겠다는!

  • 아, 음식들이 하나같이 다 맛나보이네요. 아음.
    특히 마지막의 딸기한입가득 케이크는 크리티컬이군요. 어흑

  • 아버님 "회갑" 축하드립니다.

    설 연휴때 부모님 모시고 가볼려고 했는데 "휴무"..ㅠㅠ
    V.A.T 10% + Service Charge 3% "별도"..ㅠㅠ

    <패션5> 딸기 한 입 가득 케이크 너무 너무 신선합니다...여기 꼭 갑니다.

  • 정말 맛이어보여요

    분위기도 정말 좋구요

    잘보고 갑니다.

  • 한정식집 풀향기인가요??

    오~~~여기가 분점이 있는거였군여~~

  • 한국적인 장소 한국적인 음식~ 멋진곳이군요~

  • 딸기케익 참 실해보입니다~~ 에효...전 언제였더라...이미 먼먼 옛날 일이네요..어서 진짜 할아버지 소리 들으시게 해드려야 하는데.....참.../ 쑥스럽지만 손도 가끔은 잡아주시고 사랑한단 말을 자주 표현해야 할거 같아요...(저도 참 아버지랑은 힘들지만요)

  • 예전 싱가폴친구가 왔을때 데려간곳이네요. 이태원입구 도심에 이런 한적한 곳이 있는줄 몰랐었습니다. 맛은 특별히 기억이 안나네요. 제입이 까다로워서 그런가.. 이쁜 블로그 잘보고갑니다.

    • BlogIcon Evelina 2009.05.14 00:26 신고 EDIT/DEL

      저희 아버지는 맛을 강하게 드셔서 맛이 느껴지지 않으신다고 투덜거리시긴 했는데, 나머지 식구는 거의 조미료도 양념도 없는 상태를 좋아해서 그런지 맛있게 먹고 왔어요. 이태원 근처부터 요즘엔 가려고 맘 먹으면 갈 곳은 많죠~ (다만 주머니 사정만 속이탈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