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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深夜食堂)

by Evelina 2009.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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深夜食堂 by 安倍 夜郎

심야 식당(深夜食堂)을 단숨에 읽어내려가면서 감동과 설렘을 모두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흔이 넘어 만화작가가 되었지만, 독특한 소재와 소박하면서도 무언가 빠져드는 묘한 매력들, 그리고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수수함과 솔직함이 더욱 매력적입니다.

심야식당은 책 제목 그대로 밤 12시부터 아침 7시경까지 늦은 밤에만 운영을 하는 식당입니다. 그리고 이 식당의 메뉴는 미소시루, 소주, 청주, 맥주 이 것이 메뉴판에 적혀있는 전부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외의 메뉴는 손님이 원하는 것을 그날 들어온 재료로 만들 수 있다면 차려내 주는 것이 이 가게의 방침이라고 합니다. 


사각사각이 아닌 꿀꺽 꿀꺽 소리로 책장 넘기기

처음 책장을 넘길 때에는 이 주인아저씨가 요리의 달인인가. 못하는 요리가 없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심야식당의 딱 에피소드 1만 보아도 아하~ 이런거구나!라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게 됩니다. 처음에 들어와 주문한 빨간 비엔나 소시지를 문어 모양을 만들어 프라이팬에 달달 볶아내어 주는 거, 방금 지은 고슬고슬 한 밥에 맛있게 바삭한 김에 살짝 간장을 묻혀 싸먹는 다던지, 따뜻하게 지어진 밥에다가 버터를 살짝 넣어서 녹여두었다가 간장을 살짝 뿌려 비벼먹는 다던지... 사소하지만 왠지 아! 이 맛이야~라면서 다 잠든 밤에 허기를 느끼게 해버리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그런 음식들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음식들에 추억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저도 모르게 계속 침을 질질, 침을 꼴깍 삼키면서 이 책을 봤습니다. 만화라 그런지 더 금방 읽히더군요.


와- 서울 어딘가, 아니 우리집 근처에 이런 심야 식당이 있었으면....

하지만 심야식당은 단순히 먹고 싶은 것을 먹기 위해 가는 곳만은 아닌 공간이었습니다. 다 늦은 시간 하루의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가는 곳이죠. 그곳에서는 맛난 음식들을 먹으며, 가게에 온 님들과 수다를 나누면서 그 어깨에 올라와있는 짐을 하나씩 내려둘 수 있는 곳이었어요. 나도 모르게 예전을 돌이켜보며 '추억'이라는 달콤하고 아름다운 필터를 장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구요. (특히 여자에게 추억이란 정말 값진 안주이니까요. 여자들은 하나의 작은 추억의 파편만으로도 지금의 자신을, 그리고 앞으로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종종 이야기하니까요.) 지치고 기운 없는 지금의 소시민들에게 마음의 위안이 되고, 힘과 꿈을 실어줄 수 있는 그런 곳이었구요.


저는 지금도 이 식당이 생긴다면 무엇을 주문할지 고민이 되요..

책을 펼치고 하나의 에피소드가 시작이 될 때마다, 그리고 책장을 닫고 침대에 벌렁 누워서 그런데 내가 이 식당의 문을 열면 무엇을 주문해야하지, 뭘 해달라고 할까라고 혼자 얼토당토 않은 그런 상상을 합니다. 아직도 어떤 것을 주문해야할지 선택을 하지 못해서 왠지 쩔쩔매고 있어요. 그냥 계란없이 얼큰하게 끓인 라면에다 다 끓여지면 파만 송송 썰어서 올려달라고 이야기를 할까 아니면 두껍지만 빳빳하고 고소한 김에다가 고슬고슬 밥하고, 무순하고, 게살을 살짝 얼린 것들을 결결이 문질러때어 얼음이 살짝 맺힌채로 넣고, 아보카도를 조금 넣은 김초밥을 만들어달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계속 곱씹게되네요. 만약 이런 곳이 있어도 뭘 주문해야할지, 혹은 오는 손님들이 주문한 족족 '저두요' 라고 손을 들어버리는 건 아닌지 이런 상상을 하다가 혼자 피식~하고 웃어버리고 말아버리네요.


아, 가고 싶다. 심야식당(深夜食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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