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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기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아트페어 (2009)

by Evelina 2009.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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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나간 이야기이긴 하지만, 요즘 무미건조하고 감흥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찰나에 오래알고, 항상 존경하던 블로거 분의 초대를 받아 하얏트 호텔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날씨도 좋고, 공기도 좋았던 그날은 짧았지만 매우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왔습니다.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2009 (AHAF)   

호텔에서의 미술전시회라고 생각하니 어떤 모습일까 매우 궁금했습니다. 로비라던지, 혹은 정해진 공간이라고 생각이 되었었는데 정말 과감하게 호텔의 2개의 전 객실층을 사용하여 미술을 전시하는 공간이라 그런지 미술을 감상하는 법이라던지, 전시 자체에서 다가오는 느낌 조차 매우 달랐습니다. 방 하나하나로 옮겨가기 위한 좁은 통로를 사이로 오가는 사람들의 땀냄새와 소근대는 소리 마저도 여타 다른 미술전시회에서는 느낄 수 없는 치열함이랄까. 무언가 부딪히고 내 곁에 엉켜붙는 것이 마치 삶의 여정과 같다고 할까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방에 도착하면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안도감과 편안함도 함께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 방 하나 방 하나가 모두 다른 콘셉트로 꾸며져 있었고, 그 방에는 자신들의 작품을 혹은 그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고, 같이 이야기해주시는 작가 분들이나 큐레이터 분들이 계셔서 작품도 가까이 감상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또한 작가 분들과 직접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진귀한 자리였습니다. 그동안 해외에서 더 유명했었던 작가분들이나 아직 풋풋함과 열정이 느껴지고 톡톡 튀는 신흥 작가들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배우이자 사진 작가인 조민기씨의 작품


단편적으로 위의 작품은 'Check-in Paradise'라는 배우이자 사진작가로 잘 알려진 조민기씨의 작품이었습니다. 바깥의 치열한 경쟁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내 호텔방으로 들어오면 어느새 펼쳐지는 나만의 파라다이스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바깥이 보이는 테라스도 내가 바라보고 싶은 멋진 사막이 펼쳐져 있었고, TV에는 자뻑셀카가 환하게 웃고 있고, 침대에는 시원한 파도와 파도가 밀려나간 곳에는 멋진 여자[각주:1]분이 누워있으니, 파라다이스가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마다 다른 콘셉트가 있어서 생각보다 볼 거리들이 많고, 다양하고 많은 분들이 오가고 있어서 사진들은 거의 찍지 못했지만, 눈으로 마음으로 천천히 즐기고 왔습니다.


그동안 블로그나 웹사이트를 통해서 미술 작품 등을 보기는 했었지만, 역시 가서 직접 보는 것은 큰 차이점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차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작품들이 입체적으로 보여지는 것 뿐만 아니라, 사용한 재료에 따라서 다른 느낌들이 느껴져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라는 작품에서 '컴퓨터로 보는 것과 종이로 보는 것은 촉감이 다르다'라는 느낌을 저는 미술 작품에서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굳이 아트페어를 멋진 전시 공간이 아니라, 호텔에서 진행하게 되었던 이유는 그동안 전시회를 통한 아트가 '전시작품'과 '관객'을 철저하게 이분법적으로 분리를 하던 패턴들을 과감하게 바꾸는 작업의 하나라고 합니다. 내게 익숙한 방을 시작으로 방과 침대, 책상, 벽면, 화장실 등등에 예술 작품들을 재배치하고 의미를 주는 작업들을 통해서 온전히 미술, 아니 예술이라는 것이 나의 공간에 자연스레 들어오게 되는 것이죠. 기존의 그저 바라보는 것, 특정 장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예술이라는 것이 우리 가까이에 숨쉬고 있고, 또한 내 안에 살고 있다는 자체라는 의미를 가진 페어였던 것 같습니다.


  Thanks to 김홍기님 (http://blog.daum.net/film-art)



뱀꼬리 1) 
다른 일정상 오랜 시간 머무르지 못해서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호텔에서 열리는 페어인데다 가장 성수기에 진행되었던 것이라 호텔 객실을 통째로 2층이나 빌리는 것이 부담스러워 VIP 초대를 포함하여 3일동안만 진행된 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입니다. 

뱀꼬리 2)
전시회에 갔다가 댄디하면서 굉장히 깔끔하고 눈에 확 틔는 남자분이 계셔서 무심코 쳐다보고 넋을 조금 잃었는데 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김민종'씨였습니다. 그나저나, 전 김민종씨 좀 느끼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완전 말끔한 피부와 회색티와 청바지의 단순한 코디이지만 댄디함이 좌르르 흐르는 것이 너무 멋지더라구요!!!



  1. 방송인 한성주씨라고 합니다.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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