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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

즐거운 나의 집, 그리고 새로운 가족의 의미

by Evelina 2008.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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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책 - 즐거운 나의 집


영화 'Enchanted' 에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동화책에서 순식간에 역경을 겪고 아름답게 사랑을 맺고, 결혼으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만 나오지만, 결혼식 이후 장면이 나오는 것이 없다는 자체가 '삶의 끝 = 행복의 끝'이라는 의미가 아니겠냐고 했습니다. 

대학교때 즈음인가 고교시절의 절친을 만나 소주를 한잔 기울이고 가는 길에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만약 '우리 부모가 죽으면 정말 눈물이 펑펑나서 멈출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입니다. 그 이유는 유일하게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시기하지도, 질투하지도, 비교하지도않고 영원히 조건없이 나를 믿어줄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었죠. 물론 배우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부모-자식이라는 관계보다 오묘하고 독특한 관계가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왠지 '든든한 빽'이 영원히 사라진다고 생각하자 우리 둘은 너무나 쓸쓸했습니다. 나중에 우리가 서로에게 의지가 될 수 있고, 부모가 해주었던 것처럼 조건없이 서로를 받아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못한 채 말이죠.

프랑스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사랑'하나라면 동거라는 개념은 너무나 당연할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부부가 아닌 사람들이 사랑을 해서 아기를 낳아도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프랑스에서 가장 고귀하게 여기는 제 1의 가치와 인생의 목표가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면, 자식 때문에, 무엇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망칠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물론, 그들도 속으론 알고 보면 한 사람을 만나, 죽도록 사랑하고, 죽도록 함께하고, 그 사람을 닮은 아이와 영원히 사랑하며 살고 싶다고 생각도 할거고, 노력도 할 겁니다. 다만, 때때로 현실과 상황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생각도 노력도 필요없을 때가 많다는 것 또한 현실이라는 것을 빼면요.

얼마 전 '태양과 바다의 교실'이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학생과 선생님이 똑같은 시험지를 받아들고서는, 똑같은 상황에서 시험을 보고 시험 결과가 나오자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지. 선생님이라고 잘할 것 같지? 아니다. 너희들과 같이 시험을 본다면 선생님은 너희들 보다 더 못할꺼라고' 말하면서 학생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렇게 공부해서 좋은 선생님이 되었는데 학생보다 못하다면 왠지 지금 밤샘을 해가면서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갸우뚱거려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는 어쩌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최선을 다해서 그 답을 찾기 위한 노력, 즉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닌가하고 말입니다.



저는 '공지영'이라는 소설가를 그닥 좋아하고 열광하는 편은 아닙니다. 사실 그녀가 왜 유명한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몇몇 작품을 읽을때마다 큰 감흥은 크게 없었더랬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소설은 참 많이 달랐습니다. 무언가 크게 공감한다고 해야할 지, 혹은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소설이 실제로 여러 차례 이혼을 하고, 성이 다른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꼈을 여자로써, 엄마로써, 사회인으로써의 솔직한 그녀를 볼 수 있었기에 참으로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소설이 아니라 그녀의 자서전을 읽는 기분처럼 디테일한 상황과 심리 묘사는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서 '가족'이라는 건 참으로 뭐라 형언하기 너무나 어려운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을 만드는 것, 가족을 이끌어 가는 것,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것 자체가 그 만큼 어렵고, 힘겨운 것이지만, 특이하게도 그런 힘든 것이 있으면 힘이나고, 가슴이 따뜻해지고, 공허한 가슴을 가득 메울 수 있을 수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소설을 통해서, 저는 나의 엄마를 보았고, 할머니를 보았고, 저를 보았고, 또 제 딸이 되어본 것 마냥 기분이 참 묘합니다. 책에서의 딸 '위녕'의 목소리를 통해서 전달한 그녀의 소설은 한마디 한마디가 참 마음에 와닿았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그리고 여태까지 내가 속한 가족과 이후에 내가 만들어 갈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고, 솔직하게 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지만, 소설 속에서 답변이 필요한 순간처럼 내게도 그런 순간이 온다면 망설임 없이 대답을 할 수 있을지는 참 의문이 들어서 그런지 왠지 헬쓱해진 기분입니다. 아직도 그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나, 혹은 모르는 척 해버리고 싶기도 해서일지 모르겠습니다. 



제게도 '잭 다니엘' 같은 서점 아저씨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마음이 무거운 날 밖에 나가면 도보로 5분 이내의 거리에 따뜻한 공간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아저씨 말이죠. 그냥 내 마음을 이미 다 아는 것 같아서, 속일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나에 대해서 이런저런 설교를 늘어놓는 타입도 아니고, 재치있게 우매한 나를 센스있는 몇마디로 위로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고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적엔 집 앞 상가의 비디오아저씨가 제게는 그런 존재였는데, 새로 이사를 하고 나니 집 앞을 나서도 더 이상 갈 곳도, 이야기 할 곳도 없는게 내심 서운하네요.

저는 우리 엄마아빠도 자식 눈치 보지 않고, 사회에 얽매인채 규율에 얽히지 말고 이미 자식들도 다 키워두었는데 멋지게 사랑하고, 인생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딸 자식에게 옷하나 더 못해입힌 것, 공부한자 더 못 시켜준 것, 맛있는 거 하나 더 입으로 못 넣어준 거 미안해 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괜시리 자식들 앞에 부끄러운 부모가 될까봐 부모 노릇만 열심히 하다가 눈치보고 줄재면서 좋은 날들을 그냥 지나가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이상하더라구요. 한사람은 '미안해'라는 것이 한쪽이 잘못하고 한쪽이 당당해야 하는 것 같은데 부모-자식간의 미안해는 둘다 미안하게 만들어버리니 말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부모님을 봐야지, 제가 행복할 것 같거든요. 아마, 소설 속의 '위녕'의 마음도 그랬을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론 大인배가 되도록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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