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Cause vs. Basket Case :: 아주 사적인 시간 by 다나베 세이코

2007.12.21 01:45

아주 사적인 시간 by 다나베 세이코


아주 사적인 시간 by  다나베 세이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라는 책이 영화화 되면서 우리나라에는 더 잘 알려진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신간이었다. 사실 책으로 읽어 본 것은 이 것이 처음이었으나, 주로 일본 문학에서 하루키의 작품을 많이 읽다 다나베 세이코의 작품을 읽으니, 세이코만의 섬세함이나 평범함 속에서의 아주 작은 감정들에 대한 표현이 꽤나 여성스러우면서도, 흥미롭다.

[줄거리]

결혼과 동시에 상류층에 발을 디딘 '노리코'가 여주인공이다. 서른한 살의 노리코는 남자 같은 짧은 머리에 여름이든 겨울이든 바지에 티셔츠 차림이다. 화장도 안 하고 누가 봐도 그냥 '여자아이' 같은 여자다. 이런 노리코 앞에 돈 많고 섹시하고 능력 있고 나이까지 어린 '고'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소박하게 살아가던 노리코에게 고는 초호화 맨션을 들이대며 청혼을 한다. 그녀는 고의 청혼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상위 1%의 '상류층'이라는 무대에 '부잣집 사모님'이라는 역할을 맡은 '결혼'이라는 연극을 시작한다. 노리코는 금방 사치스런 생활에 익숙해진다. 적당히 파티도 하고 원하는 옷이며 보석, 차 등 모든 것을 갖게 된다. 남편 고도 그녀에게 끔직하지만, 이러한 결혼생활이 3년간 지속되자 노리코는 더 이상 흔들릴 게 없을 것 같던 자신의 마음이 점점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는데... by Daum책


무엇보다 다나코가 1928년생이라는 것에 한 번 놀라고, 또한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 동시대 인물이라고 생각하니 더 한번 놀라고 말아버렸다. 작가 역시 무언가 현실에서 멀어진 것이 아닌, 일상 생활 속에서 미세한 진동과 변화하는 모습이 더욱 흥미롭고 매력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눈에 보고 나서야 물질이 좋다고 느끼는 여자라던지, '고'와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남자들의  대화나 만남 속에서 다나코라는 여성의 독특한 섬세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소설 속에서 보여진 한마디 '이발하고 올게'라는 평소의 말을 던지고서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라는 말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았나 한다.

얼마전 자주 보진 않지만 '며느리 전성시대'에서 같은 집의 며느리 둘이 명절날 잠시 대문 밖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그대로 들어오지 않고 떠나버린 모습이 갑자기 스쳐지나갔다. 그냥 우리의 일탈이나, 변화는 맞닥드리면 당황스럽지만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 그리고 누구나 그런 모습이 조금은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인간이라는 존재가 미묘하기만 하다. 사랑, 자존심, 변심, 안정, 일탈, 변화, 욕구....일상이라고 보여지는 시간이라는 갇힌 세계 속에도 우리는 미묘하게 얽혀있다. '이발하고 올게'라고 말하고 떠나는 사람처럼..


덧. 왠지 이 소설도 영화화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화가의 자유로운 영혼과 물질 만능의 부유층 사이에서 오가는 그녀를 지켜보는 것도 왠지 재미있을 듯.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영화도 책도 좋았어요. 단편이였는데 다른 단편들도 좋았구요.
    그래서 이 작가 다른 소설도 읽어봐야지, 생각했었는데. 그러고 말았어요.
    잊고 있었는데 Evelina님 포스팅 보고 이 책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말 며느리 둘이 쓰레기 버리러 갔다가 그대로 떠나버렸대요? 정말요?

    그리고 이 말 너무 좋아요. 글 읽고 흔적없이 그냥 가려고 했는데, 이 말들이 제 발길을 잡았어요.
    '생각을 잇는' 트랙백, '힘을 주는' 댓글. 저 이거 가져가도 될까요? 히히-

    • BlogIcon Evelina 2007.12.21 11:49 신고 EDIT/DEL

      며느리 전성시대에 그러고 말았죠. ㅎㅎ 너무나 자연스럽게, 당연한듯이..

  • 비밀댓글입니다

  •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참 좋게 본 영화입니다. 꼭 영화에서 '장애인도 우리와 같은 동등한 사람입니다'를 부르짖지 않아도 충분히 내용으로 설명을 하더군요. 똑같이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통해 은근히 스며들어오는 작가의 인간애가 잘 느껴졌습니다. 소개하신 소설도 꽤나 흥미를 유발하는군요. ^^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BlogIcon Evelina 2007.12.21 17:52 신고 EDIT/DEL

      하지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머리'와 '가슴' 즉, 현실에 대한 고려도 작품 속에 녹아든 것 같아 더 멋진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그런 면에선 멋진 안목과 스타일을 가진 작가인 것 같아요.

  • 다나베 세이코 님의 작품은 왠지 다 읽고 나면 한없이 우울해지고 슬퍼지곤 했답니다.

    아직은 현실을 인정하기 싫은 나이라(고 주장하고 싶기 때문에;;) 그런걸까요...

  • 이 소설을 쓴 작가가 몇년도 생인가요? 1928년 생이면 지금 사망을 하셔도 하실나인데 하하하
    ㅋㅋㅋ 설마.. -_-;;; 암튼 옥에 티 발견 하고 갑니다.
    이 소설을 영화 하면 잼나기도 하겟눈데요. 기대 해 봅니다.

    • BlogIcon Evelina 2007.12.24 17:57 신고 EDIT/DEL

      http://book.daum.net/bookdetail/book.do?bookid=KOR9788991591288

      저도 믿기지 않았지만 28년 오사카생이라고 하시네요 ^^;;

  • 사실 일본 작가의 책은 하루키 밖에는 못읽어봤는데 이번 연말에 조용히
    일고 싶은 책 첫순위에 올려 놔야겠네요.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제가 너무 늦은 포스팅을 하고 트랙백 얹어놓고 갑니다.

    이블리나님 메리 크리스마스....언제 슝하고 가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기억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