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Cause vs. Basket Case :: 포탈이 가르쳐준 문화, '스크랩'

2007. 6. 13. 10:51

포탈이 가르쳐준 문화, '스크랩'


가끔 '스크랩'이라는 기능을 두고, 참 편할때도 있고, 참 무서울 때도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무엇보다 내가 담고 싶은 내용,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은 내용을 단순한 버튼 하나로 내가 간직하고 싶은 저장 공간에 담아놓을 수 있는 초간단 울트라 파워를 자랑한다.

하지만 간혹가다가, 내 글이 어디로 흘러흘러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만나게 될지는 모른다. 굉장히 부끄러운 모습으로 만나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서 포탈에서 어떤 글을 작성할 때에도 스크랩을 공개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고, 가능한 스크랩을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가져가려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일단은 거부의 자세.)

그리고 티스토리쪽으로 자리를 메인 블로그를 이동하게 되면서, 아 - 맞다! 티스토리에는 '스크랩' 기능이 없네! 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좋은 글을 만나고, 좋은 정보를 얻어 들을 때마다 다시 봐야지 하는 마음에 스크랩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스크랩 기능이 없는 걸 알고 한참 당황하고, 불편해 했었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듯이, '스크랩'이라는 것도 하나의 습관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스크랩이 없어서 불편한 점을 뛰어넘자 이제는 필요한 글은 가능한 링크를 걸고, 꼭 원하는 문구가 있을 경우에는 가능한 출처를 남기고, 인용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게 그냥 하나의 에티켓화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강모씨 님이 남기신 글에도 보면 티스토리나 설치형에서는 댓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것 뿐만 아니라, '스크랩해갑니다~'라는 걸 볼 수 없다는 현상에도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던 어느날
사실 따지고 보면 그저께 정도 되겠네요. 블로거뉴스로 그냥 여기저기 조언해주고 하면서 느꼈던 영어공부에 대한 한마디를 포스팅하고 보냈었는데, 하이라이팅이 되면서 포탈에서 갑자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해주었고, 댓글을 남겨주었습니다. 미천한 글에 많은 반응을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감사 m(_ _)m 그래도, 댓글에 댓글을 달아주느라, 죽는지 알았습니다. (일부는 그닥 할 이야기가 없기도, 지치기도 해서 넘어간 것도 있었지만..)

그렇게 댓글을 달아주고 있다가 댓글 사이사이에 아래와 같은 댓글을 종종 접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글입니다. 스크랩해갈께요. 라는 문구. 이거 굉장히 낯익은 문구네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크랩해갈께요


아무튼 이 문구를 티스토리로 이사와서 처음 보고 나서, 왠지 신선하기도 하고, 약간 충격적이기도 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어디로 가져가셨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링크를 클릭하니 블로그로 옮긴 것도 아닌가 봅니다. 링크도 없고.... 조금 난감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포탈에서는 블로그, 카페, 뉴스, 동영상 이것저것 스크랩 못할 것도 없고, 스크랩의 역사가 깊어 좋은 글 보면 퍼간다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교육이 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아직까지도 스크랩이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으나, 출처가 분명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래도 그냥 퍼가는 것보다는 스크랩 기능으로 해갔을때 트래킹도 가능하고, 가져간 글도 표시가 되어있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만.....그래도 판단이 잘 서지는 않는군요)

스크랩 기능도 없는데, 어디로 퍼갔는지, 어떻게 퍼갔는지, 무슨 용도로 퍼갔는지도 알 수 없네요. 싸이로 퍼갔다고도 하고, 메일로 퍼갔다고도 하고... 그닥 퍼갔다고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미천한 글이기에 어디로 흘러갔다가 혹시 제가 쓴 글 때문에 욕먹지나 않을지, 혹은 혼자서 이리저리 떠돌다가 굉장히 머쓱한 모습으로 제글을 마주칠까봐서이기도 하고... 그리고 너무 똑같이 가져가시는데 출처도 없고, 펌글인지 겉으로 알수도 없으면 내가 쓴글인데 남이 내 행사하는 것 같아보여 조금 언짢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하루종일 저런 '스크랩 해갈께요' 라는 댓글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좀 싱숭생숭해지는 하루였네요. 물론 저도 티스토리를 사용하기 전까지만 해도 스크랩을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하겠지만, 정말 습관이 변하니, 생각도 달라지는 것 같네요.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부탁 하나

그래도 정~~~ 이 글은 꼬옥 간직하고 싶다거나, 다시 보고 싶거나 하는 경우는 스크랩 말고, 링크를 걸어준다던가, 일부의 내용만 가져가 인용형태로 사용하고 출처를 표기해주는 식으로 조금씩 불편하고, 한번 돌아온다고 하더라고 그 글을 쓴 작성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수고해주는 건 어떨까요? *^^*



  • 티스토리의 경우에는 플러그인 중에 "callback"이란 것이 있습니다. 그냥 긁어 갔을 경우에 중간에 원저작자의 글이 표시되는 플러그인이죠. 재밌는 녀석입니다. ^^ 한 번 시험해 보심이.. ^^

    • BlogIcon Evelina 2007.06.13 11:38 신고 EDIT/DEL

      이미 적용을 하고 있는데요. 잘하시는 분은 HTML 모드에서 떼기도 하시더라구요. :)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왠지 시원한 느낌은 아니네요.

  • 안녕하세요.
    말씀하신 용도로 스크랩 대신 사용하기 위해 소셜 북마킹 서비스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BlogIcon Evelina 2007.06.13 17:11 신고 EDIT/DEL

      문제는 아직 북마킹이라는 것이 습관이 안되서죠. ㅎㅎ 저도 습관이 안된걸요... 자꾸 써봐야 하는데 Old habits die hard라는 말처럼 쉽지 않네요.

    • BlogIcon PRAK 2007.06.13 19:25 EDIT/DEL

      그렇지요?^^ 역시 습관이란 무서운 것인가 봅니다.^^

  • 비밀댓글입니다

  • 네이버 블로그를 나온 결정적 이유는.. 제가 만든 자료를 스크랩 해간 사람은 수십명인데 댓글은 하나도 없다..

    저는 "'퍼가실때 댓글 부탁 드려요^-^" <-요런 멘트를 남겨 놓지 않았거든요 ㅋㅋ

    그리고 어떤 사람은 출처랑 다지우고 자기가 작성한 것처럼 해놓았더군요.. 그리고 그글에 달린 댓글들..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담아갈께요 ;;;

    • BlogIcon Evelina 2007.06.14 00:50 신고 EDIT/DEL

      왠지 퍼가실때라는 남겨달라는 것도 좀 씁쓸하네요. 펌용으로 글을 작성하는 건지, 또는 무단으로 퍼가는 데에 대한 방패막일 수도 있고 왠지 서글픈...

      그래도 젤 나쁜 건 자기글처럼 가져가는 거죠... 많이 당황스럽죠? 저도 몇번 경험이 있어서.. 웹에다 글쓰는 거 관둘까도 생각했더랬어요 ㅋㅋ

      암튼 티스토리, 알면 알수록 재미있네요.

  • 그냥 다 초월~ 하세요~ 너그럽게 다 잊어버리고~~

    • BlogIcon Evelina 2007.06.16 10:38 신고 EDIT/DEL

      이미 다 잊었는뎅? 저도 이상하게 기억력이 3일이상 안가더라구요....희안하네.. 늙은게져?

  • 비슷한 내용을 제 글의 또댓글로 달아두었기에 긁어와서 달아봅니다. 또한 해당글을 트랙백 보내봅니다.

    [오히려 '제대로된' 스크랩 기능은 순기능을 하리라 봅니다. 위쪽 댓글에서 언급했지만 원글에 댓글을 돌려준다던지 정확한 원작자 표시라던지 하는 부분에서는 충분히 순기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적하신 부분은 그 스크랩 기능때문에 생긴 "퍼오는건 당연한 행위"라는 무분별한 펌질문화 양산이겠지요?

    스크랩이 당연시되다보니 스크랩이 없을땐 그냥 긁어오면 된다식의 사고가 만연하게 된것, 그리고 그것을 '자기 블로깅'이라고 무개념 포스팅하는 사태, 본문에서 언급한 각종 부작용의 발생등을 이야기 하신것 같습니다.

    충분히 동의합니다.

    결자해지라고 했던가요. 스크랩으로 인해 생긴 문제이니 해결책은 어쩌면 유니버셜한 정당한 스크랩 툴의 개발에 달려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추가하자면 더 나아가 제대로된 스크랩기능은 트래픽을 원문글에게 돌려보내주는 기능이라던지 하는 부분까지 발전할수도 있겠지요? :)
    기형문화를 발전시킨 포털사이트에서 개발의 책임까지 잘 지어준다면 정말 고맙겠지만.................

    • BlogIcon Evelina 2007.06.17 16:39 신고 EDIT/DEL

      처음 그 기능을 만들때에도 나쁜 의도로 만들지는 않을 것 같아요. 여전히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문제이고, 해결해야 하는 거죠~ 결자해지란 말처럼 다른 방법으로 변하지 않을까요? 기술이 변하든지, 사람이 변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