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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

[연극] Sheer Madness

by Evelina 2007.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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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홍대가 아닌 대학로에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발걸음하기 쉽지 않은 거리지만, 일단은 '착하신 분의 선행'으로 또 공짜 공연을 보게되었습니다. (Evelina 블로그에서는 현금이 넉넉하신 블로거 분들의 적선을 265일 24시간 대기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닷!!) 사실 보고싶었던 연극이기도 해서 나름 룰루랄라 대학로로 향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학 졸업 이후에 거의 2-3번 정도 연극을 본 것 뿐 정말 문화 생활과의 담이 높아짐을 느낍니다. 어흑~ (나 대학생으로 돌아갈래~~~~~~)

Sheer Madness
쉬운 말로 말해서 '완전 돌+아이'라는 뜻의 조금은 색다른 연극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굉장히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Web2.0시대인것처럼 연극에 관객이 참여하여 관객이 이끌어 나가는 참여형 연극이라고 해서 많은 기대를 부풀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연기도 제법 잘하고 특히 Tony라는 미장원 원장의 오바스러운 연기는 정말 일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후~ 민망할 정도로 말이죠... 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7/10/08 예술마당



+ 전반적인 평가
나름의 연기나 시도들은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부에서 모든 진행을 보여주어 일방향적인 연극인 1부로 종료가 됩니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형사는 복도에 나와 앉아서 직접 관객들과 이야기하면서 주저리주저리 의심가는 이야기들을 받아 적으면서 누구를 범인으로 볼 것인가를 결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2부에서는 직접 관객 모두가 증인의 입장이 되어 함께 추리하고, 알리바이를 생각해내고, 살인 동기를 부여하고, 이런 저런 논리를 만들어 나가면서 범인을 결정하게 됩니다. 쉬운 말로 거의 '집단 마피아 게임'이라고 볼 수 있겠죠. 서로 다들 한마디씩 거들고, 사실 하나하나 추론 하나하나들을 꺼내 놓으려고 너무나 바빴습니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어 재미있기도 하고.


+ 비호감 결말 (- ㅠ -  )ㆀ
한마디로 짤라서 연극 자체에 대해서는 재미도 있었고, 나름 이끌어가는 방식도 연극이라는 무대가 가진 이점들을 십분 사용한 것 같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단순히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의견수가 많은 사람이 범인'이 되는 구조는 왠지 속에서 부글부글 끓게 만드는 것이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범인으로 결정되어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뭔가 내가 진짜 범인을 찝어냈어! 라는 성취감이 없었다. 누구든 4지 선다 5지 선다를 하는 건 그 안에 있는 답을 맞추고 싶어서 고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껏 골라놓고서는 그게 진짜 답인지 아닌지 확실하지도 않는다는 건 왠지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어 추리한 것 치고는 왠지 시원해 보여서 맥주를 사왔는데 히야시가 하나도 되지 않은 맥주라는 걸 한모금 마신뒤에야 알게된 느낌이라고 할까...뭔가 뒤끝이 개운치 않습니다..

똘아이 세계에선 정답이 없으며,  모두가 YES라고 하는 사회에서 YES를 해야지 NO라고 하면 돌+아이가 되는 세계를 나타내는 것 같아 뭔가 계속 시원하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소수의 의견이 짓밟혀지고, 또는 사람들의 대중심리로 자칫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받게되는 것들이 자꾸 머리 속에서 연상이 되어 연극의 마지막 10분 동안은 내내 찝찝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다음 공연때에는 또 누가 범인이 될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왠지 무섭습니다. 잘못하지 않아도 잘못 우기고 나가거나 말 한마디 잘못하게 되면 누명을 쓰게 될지도 모르니깐요... 아무튼 저에겐 굉장히 비호감 결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 무서운 세상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니 이게 바로 세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권력지배구조에서는 힘있는 자의 말을 듣고, 대중을 모두 참여시키게 되면 군중심리나 한쪽으로 몰리는 경향 때문에 진실이 진실이 되지 않는 왜곡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어느 것도 정답인 것을 모른 체 '사회적 합의'라고 불리우는 것들에 의해서 진정한 진실은 외면당하고 짓밟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또한 사람들이 의심을 하기 시작하게 되니 모든 캐릭터가 살인자로 보이고, 모두에게는 모두 '살인의 동기'는 충분히 존재하며, 또한 순식간에 마음놓고 불신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점... 왠지 소름이 돋는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게 만약 연극 기획의 의도였다면 전 박수를 치고 싶군요!

당신은 누가 진정한 돌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무튼 즐거웠다고 해야하나, 기분이 언짢았다고 해야하나...뭔가 묘한 감정으로 극장을 빠져나왔던 것 같습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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