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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

Once.....

by Evelina 2007.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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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억이 그 시간만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경험상 너무나 당연합니다. 게다가 그 기억이라는 것은 자신에 의해 한번은 재해석되어 남아있기때문에 늘 왜곡되어있거나 어떤 것은 실제 있었던 것보다 확대 또는 축소되어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습니다. 원스라는 영화도 어렴풋하지만 가슴한구석에 잊지 않고 실제보다 더욱 오래도록 남을만한 잔잔하면서 깊은 여운을 남기는 사랑을 다룬 영화같았습니다.

+ Once
이 영화를 보러 들어가기 전에 함께 보기로 한 친구가 물었습니다. "이럴때 원스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지?" 가끔은 한국말이 어색하거나 그 뉘앙스를 전하지 못하니깐 그냥 원스라고 하겠지 뭐라고 대강 말을 흐려버렸습니다. 굳이 해석하고 싶다면 '한번은' '옛날에' 이렇게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제목은 영화 보고 나서 왜 그렇게 지었는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에 우리는 제목에 대해서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않았습니다. 그냥 영화의 여운이 오래남아있다라고 할까. 뭔가 짠하기도하고, 아련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하고, 참 오묘한 느낌을 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눈물 한방울의 가치가 있는...

나도 언젠가 누군가를 사랑해본적이 있었지. 있겠지. 하겠지. 그리고 추억하면서 참 순수하고 아름다웠다고 생각할꺼야라는 비현실적인 미련스러운 상상을 하는 내 자신에 대한 동정의 눈물 한방울이라고 해야할까나. 아픔이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는 무언가인 듯 합니다. (얼마전 옆 자리의 친구가 봐준 타로카드 점에서 말한대로 전 진짜 순수한 사랑을 기다린다구요! -_-"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Vacuum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은 일하는 시간 중 자신의 개인 시간을 이용해서 거리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다 늘상 노래를 들어주는 한 여자가 나타나죠. 그리고 대화중 남자가 청소기 수리를 한다고 하니깐 대뜸 자기 청소기도 고쳐달라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냥 빨리 떼어버리자는 속셈이었는지 남자는 고쳐주겠다고 했고, 여자는 정말 커다란 청소기를 시내중심까지 달달달 끌고 옵니다. 끌고 와서 당당히 고쳐달라고 하는 모습이나, 수리하는 곳까지 달달 끌고 가는 모습이나 너무 귀여운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Vacuum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을지는 몰라도 어쩜 '사랑'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어떤 형태로 언제 다가올지 모를 수도 있고, '사랑'의 시작의 단서가 지극히 평범하거나 '무엇이든'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if....
다만 'if...'라는 것처럼 그러한 작은 일들의 연속들을 그럴싸한 스토리로 만들어갑니다. '그 남자가 청소기 수리공이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 여자가 청소기를 고쳐달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그 여자가 다음날 진짜로 청소기를 들고 나오지 않았다면', '그 남자가 노래가 끝날때까지 여자가 기다리지 않았다면', '잠깐 레코드 가게에 들어가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면' 모든 것은 중간에 끝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인연과 사소한 공기의 움직임은 그들을 계속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싫은 척하지만 싫지 않고, 귀찮은 척 하지만 귀찮지 않은, 늘 왠지 기다려지고 걱정되는 그런 사이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되어버립니다. 정말 친구이상 애인이하.... 그 사이의 경계를 늘 왔다갔다 거리면서도 늘 그 팽팽한 선을 유지하고 있는 그런 사이. 그냥 확 사귀어 버리지. 도망가버리지라는 생각처럼 영화가 흘러갔다면 별로 였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Music
음악이라는 건 정말 매력적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겠다라고 마음 먹은 것도 음악이 많이 나오는 영화라는 것이 더 컸습니다. 영화 내내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고, 피아노를 치고, 악기를 연주하고, 허밍을 합니다. 심지어지나가는 바람소리나 차소리마저 음악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어찌 들으면 컨트리 같기도 한 음악일 수도있겠지만 호소력있고 감정이 묻어나있는 그들의 목소리는 너무나 감미롭고 힘마저 느껴집니다. (남자의 노래도 좋았지만 왠지 희미하지만 슬퍼보이는 여자의 보이스가 저는 마음에 들더라구요.)
So, if you ever want somethin'
and you call call then I'll come runnin''
to fight, and I'll be at your door
when there's nothin worth runnin' from
남자의 멋진 음색과 호흡이 자꾸 귓가에 맴돕니다...you call call... 이렇게 눈물 한방울 뚝 떨어지거나, 폭 안기고 싶을 때에 찾아갈 사람이 없다는 게 왠지 더 마음 아프게 하는 음악입니다...그리고 그들이 처음 통하게 된 레코드점에서 처음 첫번 피아노 곡도 체코 이민 여성의 목소리 때문인지 제 입술에 맴돕니다...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falling slowly....eyes that know me... T_T


+ Credit
저는 가능하면 크레딧이 올라가는 장면까지 보려고 애를 쓰는 편입니다. 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중간정도 보고 나오는 편이지요. 하지만 이번 영화의 경우는 정말 CREDIT이 올라갔을때 먼가 망치 하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Credit을 보고 이렇게...흥분을 했었던 적이 또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마터면 마지막 순간에 울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버렸습니다.

guy
girl
guy's dad
girl's mom
...

아기의 이름은 몇번 언급이 되었지만 생각해 보니 영화 내내 남자와 여자주인공의 이름은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Credit이 올라갈 때에도 배역에는 모두 이름이 없습니다. 남자, 여자, 가게주인, 남자의 아빠, 남자의 친구 등으로만 표현되었습니다. 정말 감독의 센스에 기립박수를 치고 싶습니다!!! 정말 추억을 담은 영화구나....라는 생각....

"Once there was a man..... 옛날에 사랑했던 남자가 한명 있었어. 거리에 노래는 부르는 사람이었고 아버지를 도와 청소기를 고치는 일을 했데. 하지만 늘 노래가 부르고 싶었다고 해...그리고 그 여자는 그냥 함께 있고 노래 부르는 것만으로 좋았어..." 라고 추억을 이야기하고, 그 기억을 뽀얗게 색칠해 더 예뻐보일 수 있도록 해준 감독에게 너무나 감사드린다.

p.s.) 영화가 이미 끝나버렸을 수도 있지만, 정말 영화관에서 보길 잘했구나라고 생각했던 영화입니다. 늦은 가을 사랑이 그립거나, 감정이 매말랐나보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꼬옥~ 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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