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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네트

Melissa, 브랜드가 스토리를 만났을 때

by Evelina 2009.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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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기획이나 마케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브랜드'에 대한 전문 서적들을 많이 읽고, 또한 많은 사례들을 연구해오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한 3년 전 즈음부터 계속 마음 한켠에 차지하고 있는 것이 '브랜드'였던 것 같습니다.

한참 인기가 있었던 'Lovemark'라는 책은, 수 많은 제품과 브랜드 로고 속에서도 각각 좋아하는 브랜드의 선호도에 따라서 기억하거나 혹은 보이는 제품과 브랜드가 다르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구석에 작게 박혀있어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라면, 그것만 봐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손에 넣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아무리 작더라도 사람들에게는 눈에 띄일 수 밖에 없죠.

그렇게 로고만 보아도 '가슴 설렘'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그러한 '설레임'을 지속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들을 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한번 사고말아지는 것이 아니라, 고이고이 간직되고 기억되고 다시 찾게되는 마치 오랫동안 관계를 맺는 활동들을 하게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절친이라고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면 그 답은 오히려 쉽게 나올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과의 신뢰, 그 사람과 함께 한 시간, 그 사람과 함께 나눈 이야기나 경험 (뭐, 모두 통틀어 추억이라고 하죠), 때로는 위로를 받고, 때로는 힘이 되고, 때로는 든든해지는 그런 것들말입니다. 오래되어도 낡거나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지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혹은 그런 효과를 주는 것)이 바로 '브랜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Melissa Plastic Dreams

멜리사라는 젤리슈즈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이트를 소개하려다가 위에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아마도 쇼핑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멜리사라는 브랜드를 아시고 계실테고, 혹은 홍대나 멋쟁이들의 쇼핑거리에 흔히 모조품(?)의 젤리 슈즈를 보시면 대개 이 브랜드를 벤치마킹한 신발들을 종종 보신 적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멜리사 공식 사이트 

이름만 들어보다가 처음으로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봤다가 정말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것을 경험했다고 할까요. 뭔가 감동과 설렘 그리고 마구마구 사고 싶다라는 욕구로 심장이 팔딱팔딱 거리는 것을 오랜만에 느꼈으니까요. 멜리사에 대해서 많이는 모르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어서 참으로 기뻤습니다. (혹은 요즘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작은 일에 상처도 잘 받고, 한편으로 작은 일에 감동도 참~ 잘한답니다.)

공식 사이트의 느낌도 왠지 스타일리쉬해서 눈길이 갔지만, 더욱 저를 놀라게 한 것은 마치 쇼핑을 왕창해와서 방에다 늘어뜨린 것 같은, 혹은 신발 가게에서 이 신발 저 신발 신어보겠다고해서 신발 상자가 마구 나와져있는 듯한 저 화면 속에서 마음에 드는 신발 상자를 클릭했을 때 였습니다. 상자를 열자마자 밀려오는 감동은 과장해서 숨이 막혀 올 정도였죠. (저는 평소에 좀 귀여워하고 마음에 들어라했던 빨간 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꼭 방문하셔서 열어보세요.)


위 상자를 클릭하면 구매 가능한 쇼핑사이트로 이동하거나, 세부 정보 페이지로 이동하겠지라는 예상을 깨고 갑자기 화면 위로 동영상 하나가 떠오릅니다. 빨간 화면에서 반질반질 잘 빠진 고양이 한마리가 저를 향해 요염한 자태로 슬금슬금 걸어나옵니다. 앞까지 걸어나와서는 머리를 숙이고 엉덩이를 치켜올려 귀여우면서도 앙칼진 모습으로 저를 마주하더니 그 모습을 측면으로 돌리니 어느덧 고양이 한마리와 구두 한 짝이 마주보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상자를 열면 신발 하나하나가 이런 이야기로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멜리사의 젤리의 사이트 이름이 말해주듯, Charmed Dreams처럼 꿈이라는 표현으로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멜리사는 단순하게 고객에게 신발을 파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멜리사는 구두 하나하나에 감추어진 이야기를 신발을 통해서 전달하고, 머리에 그려지는 이미지를 선사하고, 구두를 신을 때마다 고양이와 마주하고, 나비가 날라다니고, 물 속을 헤험치는 상상과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었죠. 그들은 우리에게 신발 하나하나에 담겨져 있는 작은 꿈들을 하나씩 주었죠. Charmed Dreams라는 위 신발의 이름처럼 어쩌면 '이 신발을 신으면 매력적이어질꺼야'라는 꿈을 팔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영상 하단의 'Learn More'는 흔히 보면 제품의 상세보기 같은 메뉴였지만, 이 곳에는 제품에 대한 상세 정보가 아니라, 저에게 '아 나는 멜리사에서 필요한 신발이 아니라, 내가 갖고 싶은 '꿈' 혹은 '예술작품'을 사는 거구나'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상세보기에서는 누가 이 신발을 디자인했고, 또 어떤 컨셉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진지하지만 세련된 단어들로 설명을 써두었습니다. 이 신발을 디자인 할 때에 무엇에 대해서 염두했는지, 무엇을 보고 영감을 얻었는지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신발 하나가 필요해서 들어갔을 뿐인데, 이 사이트는 저에게 '꿈'을, '예술작품'을, '혼'을, '이야기'를 그리고 '환타지'를 한가득 저에게 심어주었고, 저는 아마도 이번 한번 뿐이었지만 이 경험과 느낌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마도 멜리사를 신발을 만들고 파는 곳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 낸 '실험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가치관'과 '이야기와 잊고 있던 꿈'을 파는 곳이라고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랜드가 개인에게 다가오는 경로와 정도가 모두에게 다르겠지만, 저는 한참 동안은 이 곳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조만간 신사동에 문을 열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다던데 꼭 우리나라에서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요즘의 고민은 제가 하는 일에 있어서 나는 내 고객에게 어떤 것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고, 늘 설레임과 기대감이 가득했으면 좋겠고, 힘이 들 때에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고, 함께 변화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함께 성장해나가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무엇보다 먼저 생각나고, 마치 내 일처럼 아끼게되고, 마치 내 것처럼 자랑스럽고 소중한 그런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자아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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