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

난 제복입은 남자가 좋더라

by Evelina 2007. 7. 13.
반응형
'난 제복입은 남자가 좋더라'

입버릇처럼 말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작고 천상여자의 외모를 가졌지만, 집안살림이나 여성스러운 일과는 거리가 멀었던, 속시원히 말을 쏟아붓지 못하면 끙끙거리기까지 했던 그 아이. 성격은 반대지만 코드가 맞아 늘 붙어다녔던 고등학교 죽마고우. 아무튼 정말 그 친구는 연애도 사랑도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더 빨리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정말 자기랑 반대되는 꼼꼼하고 자상하고 집안살림을 좋아하는 '제복입은 男子'와 말이죠.

똑똑해서 신부와 결혼을 결심했다는 신랑과,
자기 고집도 다 받아줄 정도로 착한 남자여서 결혼을 결심했다는 신부가 된 친구.
둘은 그렇게 서로 다르지만, 다른 반쪽을 채우듯 일요일 하나의 쌍이 되어버렸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녀석은 서울에서 공부해두고서 멀리 대구에서 결혼식을 치루는 바람에,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갔습니다.  미리 내려가서 친구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친척들한테도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이미 너무 많은 인파가 공간을 차지해버려 아침 일찍 출발할 수 밖에 없었죠. 태어나 2번째로 타봤던 KTX. 정말 빠르더만. 1시간 40분 정도면 도착해서 한번 졸고 났더니, 도착해버렸네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많은 친구들과 동료들의 결혼식에 참여했었지만, 베스트 친구라 그런지 제가 긴장해서 더 빨리 도착해버렸습니다. 뉴욕뉴욕이라는 곳이었는데 깔끔하고, 시원해서 멋지더군요. 이곳에서 잠시 산책을 하면서 잠시 마음을 추스렸던 듯. 궁금도 하고, 기분도 미묘해서 말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나중에 친가 친척들로 꽉매워졌지만. 언젠가부터 제가 친척들과 나란히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는지. 역시 대가족은 다른 것 같습니다. 훔.. 이미 부모님의 형제가 7,8명되면 장난아니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혼식장은 흔히 보는 예식장과는 좀 많이 달랐던 것 같네요. 북적거림도 덜하고, 실내와 외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부분도 그랬었고, 무언가 열리면서도 아늑한 기분이 좋던데요. 결혼식은 주례없이 서로에 대한 약속과, 친구들의 축사와 축가, 그리고 몇가지 이벤트로 이루어졌습니다.

결혼식을 진행하면서, 여태 이런적이 없었는데 저도 모르게 울먹울먹할 뻔해서, 추스리느라 혼났네요. 신부도 물론 울컥할 순간이 있었지만, 그런 타이밍마다 웃긴 해프닝으로 울지 않고 웃으며 퇴장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나오면서 제복입은 경관들이 모두 환영해주고, 그들만의 방식대로 마지막을 치뤘습니다. 정말 저러다 신혼여행이라도 갈 수 있는거야라는 생각만큼 조금은 짖궂은 일들을 시키는데에도 신랑신부는 궂은 말 한마디 없이 잘만도 하더군요. 아무튼 왠지 기분이 묘했던 일요일.


돌아오는 발걸음은,
왠지 외롭고, 슬프기도 하고, 그래도 미묘한 기분이 감출 수 없네요. 기분이 이상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