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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네트

포탈이 가르쳐준 문화, '스크랩'

by Evelina 2007.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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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스크랩'이라는 기능을 두고, 참 편할때도 있고, 참 무서울 때도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무엇보다 내가 담고 싶은 내용,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은 내용을 단순한 버튼 하나로 내가 간직하고 싶은 저장 공간에 담아놓을 수 있는 초간단 울트라 파워를 자랑한다.

하지만 간혹가다가, 내 글이 어디로 흘러흘러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만나게 될지는 모른다. 굉장히 부끄러운 모습으로 만나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서 포탈에서 어떤 글을 작성할 때에도 스크랩을 공개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고, 가능한 스크랩을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가져가려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일단은 거부의 자세.)

그리고 티스토리쪽으로 자리를 메인 블로그를 이동하게 되면서, 아 - 맞다! 티스토리에는 '스크랩' 기능이 없네! 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좋은 글을 만나고, 좋은 정보를 얻어 들을 때마다 다시 봐야지 하는 마음에 스크랩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스크랩 기능이 없는 걸 알고 한참 당황하고, 불편해 했었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듯이, '스크랩'이라는 것도 하나의 습관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스크랩이 없어서 불편한 점을 뛰어넘자 이제는 필요한 글은 가능한 링크를 걸고, 꼭 원하는 문구가 있을 경우에는 가능한 출처를 남기고, 인용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게 그냥 하나의 에티켓화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강모씨 님이 남기신 글에도 보면 티스토리나 설치형에서는 댓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것 뿐만 아니라, '스크랩해갑니다~'라는 걸 볼 수 없다는 현상에도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던 어느날
사실 따지고 보면 그저께 정도 되겠네요. 블로거뉴스로 그냥 여기저기 조언해주고 하면서 느꼈던 영어공부에 대한 한마디를 포스팅하고 보냈었는데, 하이라이팅이 되면서 포탈에서 갑자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해주었고, 댓글을 남겨주었습니다. 미천한 글에 많은 반응을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감사 m(_ _)m 그래도, 댓글에 댓글을 달아주느라, 죽는지 알았습니다. (일부는 그닥 할 이야기가 없기도, 지치기도 해서 넘어간 것도 있었지만..)

그렇게 댓글을 달아주고 있다가 댓글 사이사이에 아래와 같은 댓글을 종종 접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글입니다. 스크랩해갈께요. 라는 문구. 이거 굉장히 낯익은 문구네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크랩해갈께요


아무튼 이 문구를 티스토리로 이사와서 처음 보고 나서, 왠지 신선하기도 하고, 약간 충격적이기도 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어디로 가져가셨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링크를 클릭하니 블로그로 옮긴 것도 아닌가 봅니다. 링크도 없고.... 조금 난감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포탈에서는 블로그, 카페, 뉴스, 동영상 이것저것 스크랩 못할 것도 없고, 스크랩의 역사가 깊어 좋은 글 보면 퍼간다라는 생각이 오랫동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교육이 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아직까지도 스크랩이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으나, 출처가 분명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래도 그냥 퍼가는 것보다는 스크랩 기능으로 해갔을때 트래킹도 가능하고, 가져간 글도 표시가 되어있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만.....그래도 판단이 잘 서지는 않는군요)

스크랩 기능도 없는데, 어디로 퍼갔는지, 어떻게 퍼갔는지, 무슨 용도로 퍼갔는지도 알 수 없네요. 싸이로 퍼갔다고도 하고, 메일로 퍼갔다고도 하고... 그닥 퍼갔다고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미천한 글이기에 어디로 흘러갔다가 혹시 제가 쓴 글 때문에 욕먹지나 않을지, 혹은 혼자서 이리저리 떠돌다가 굉장히 머쓱한 모습으로 제글을 마주칠까봐서이기도 하고... 그리고 너무 똑같이 가져가시는데 출처도 없고, 펌글인지 겉으로 알수도 없으면 내가 쓴글인데 남이 내 행사하는 것 같아보여 조금 언짢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하루종일 저런 '스크랩 해갈께요' 라는 댓글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좀 싱숭생숭해지는 하루였네요. 물론 저도 티스토리를 사용하기 전까지만 해도 스크랩을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하겠지만, 정말 습관이 변하니, 생각도 달라지는 것 같네요.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부탁 하나

그래도 정~~~ 이 글은 꼬옥 간직하고 싶다거나, 다시 보고 싶거나 하는 경우는 스크랩 말고, 링크를 걸어준다던가, 일부의 내용만 가져가 인용형태로 사용하고 출처를 표기해주는 식으로 조금씩 불편하고, 한번 돌아온다고 하더라고 그 글을 쓴 작성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수고해주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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