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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

아내가 결혼했다?!

by Evelina 2008.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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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충격적인 영화 제목이라고 느꼈을 사람도 있고, 기다렸었던 박현욱 작각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가 어떻게 브라운관에서 보여질지 초조하게 기다렸을 사람도 있었을 것 같다. 나의 경우는 소설책을 읽으면서 뭔가 발칙하고 틀을 깨지만, 그것이 상식을 깨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상식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내심 충격적이었던 소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는 당신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평생동안 한 사람만 사랑할 자신 있습니까?"

'자식 때문에 살아요' 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TV 사랑과 전쟁에서도, 아침 연속극에서도, 우리가 마주하는 브라운관의 아주머니들은 어려운 자신의 처지와, 이제는 그냥 평범하게 늙어버린 자신을 보면서 '자식보며 산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오랜 결혼 생활이 되면 배우자에 대한 애정과 사랑보다는 자식에 대한 사랑과 정신없이 밀려드는 하루하루의 싸우고 있기 때문에 한사람과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지, 사랑하기 때문에 사는 것은 아니라고 말을 한다.

왜 결혼 전에는 이 사람 저 사람도 많이 만나보고, 헤어졌다가 성격차이로, 상황이 좋지 않아서, 여건의 차이 등으로 많이들 헤어지고, 또 그러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들을 반복한다. 하지만 결혼 전에는 1명을 만났었든, 10명을 만났었든, 100명을 만났었든 상관이 없었지만 갑자기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누군가와 헤어지거나 다시 만나거나 하는 것들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일이 되어버린다. 어린 마음에 나는 결혼 전에는 많이 만나보고 많이 연애하던 사람이, 결혼 후에는 단 한명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도 참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다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 그리고 남들이 보는 눈 때문에 우리는 그냥 계속 살아가야하는 것일까. 혹시나 이 사람에 대한 200% 믿음과 환상을 가지고 결혼을 했었는데, 하고나니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혹은 결혼 이후에 진짜 나의 소울메이트가 나타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사람들의 취향과 관심사가 시시각각 변하듯이 이성에 대한 취향이 바뀌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나는 배우자에 대한 애정이 하나 없으면서도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바치고 희생한다는 이름'을 가진 '엄마'의 노릇을 하기 위해서 한 사람과 평생을 기약해야하는 것인지 참으로 아리송하다. 정말 이제는 나의 인생 선배들의 말대로 '사랑'이 아니라 '생활'을 하기 위해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책으로 봤었지만, 영화로 봤었어도 크게 실망하지도 않고, 또한 나에게 조금 더 현실적으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라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 김주혁이나 손예진의 연기력도 좋았었고, 다소 우려가 되기는 했었지만 소설속에서는 거의 비중이 작았던 여주인공의 둘째 남편 역할의 확대라던지, 실제로 아기를 가지고 낳고 키우는 과정이나, 시댁을 왔다갔다하는 그런 장면들에서 조금 더 현실적으로 동시에 2번의 결혼과 2명의 남편이라는 설정이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조금은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너무나 쉽게 설명이 되었다고 할까. 역시나 영화를 보니 남녀간의 사랑보다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참으로 더 어렵다는 생각도 새삼스레 하게되니 말이다. 아기가 있기전과 후가 확실히 영화를 볼때의 강도도 다르니 말이다. 


결혼이라는 시스템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동물인지 한번 쯤은 심각하게 고민도 해보게 되는 그런 영화, 그런 소설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서도 사랑하고 서로만 바라봐주는 아름다운 커플들이 한없이 존경스럽고, 부러울 따름이다. 그리고 행운처럼 나도 한사람과 그렇게 오랫동안 바라보고 함께하기를 바라는 것이 큰 욕심이 아니길 바라고 또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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