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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by 三浦しをん

by Evelina 2009.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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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미우라시온(三浦しをん)


처음 책을 펼쳤을 때에는 '왠 달리기? 아 싫은데~'라는 생각이 컸다. 본인은 100미터를 20초안에 들어오지도 못했고, 어릴 때에는 다리를 다쳤다는 이유로 달리기는 거의 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올림픽 경기 중에서 어쩌면 지겨워서 아님 왜 지켜보는지 몰랐던 종목이 '마라톤'이 아니었을까 하는 정도로 나는 달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난 이 책을 통해 '달리기'를 다시 봤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온 힘을 다해 바람을 속을 달렸다. 두 권으로 된 이 책의 1/4 즈음 정도만 되어도 나는 어느새 누구보다 몰입해서 그들과 함께 달리고 있었다라는 사실에 흠짓 놀라게 되었다. 벌떡벌떡, 정말 이렇게 벅차오를 정도로 심장이 뛰어본 적이 없었다고 할까. 책을 읽는 내내 이런 박진감과 심장이 뛰는 소리 때문인지 단 시간내에 책을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아 - 나도 이런 기분 느끼고 싶다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뭔가 힘들지 않게 달리는 걸 즐기게 되었을 때 느끼는 쾌감, 아- 정말 짜릿하겠다!

나는 어쩜 미우라 시온이라는 작가를 사랑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책 속에서는 화려한 미사어구도, 주변 환경을 다이나믹하고 환상적으로 만들기 위한 추가 설명도 없었다. 다만 수수하게 책 속의 인물을 빌어 담담하게 목소리로 담아내고 있었을 뿐. 사실을 말하고 있었을 뿐. 그 사람들의 감정을 전지적 작가적인 시점에서 풀어 설명을 한다던가는 일체 없었다. 다만, 기숙사가 있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제 각각의 인생을 살아온 10명의 기숙사생들이 있었고, 그리고 그들에게는 어느덧 생겨버린 서로에 대한 믿음만 있었을 뿐이다.

이 책은 단순한 달리기에 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하코네 역전경주'라는 함께 달리는 장거리 릴레이 경주라는 것에 모티브를 삼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인생의 많은 것들을 보게 되었고, 또한 느끼게 되었다. 삶이라는 것이 늘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나와 같은 길을 걸어온 것도 아니고, 나와 같은 것을 느끼는 것도 아니었고, 나와 같은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크게 느끼게 되었다. 길고 뛰는 육상부들이 모인 경주에서, 인생에서 내가 달리기를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해 본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육상부를 만들어 참여하게 된 하코네 역전 경주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참고로 모두 다 읽어보길 원하기 때문에 줄거리 따윈 이야기 하지 않겠다.)

우리 모두에게 지금 바로 필요한 이야기.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그 속에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감동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종종 우리가 서로 다른 별에서 왔다라는 것을 잊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지만, 함께하는 동료들에 대한 가족들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이, 그리고 희망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그리고 얼마나 소중한 지 진하게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서로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 확고해지고, 그리고 이루어냈을 때의 그 성취감이란 마치 마약처럼 너무나 강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아- 뛰고 싶다가 아니라, 아- 이들과 함께 뛰고 싶다라는 느낌. 그리고 같이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라는 느낌. 너무 뭉클하고 가슴 속에 짠하게 울려 퍼진다. 한동안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말이다.


<추신> 요즘 나의 직장에서 또는 가정에서 나는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믿는다' 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었는지, 혹은 '믿는다' 라는 느낌을 주기는 했었는지 의문이 든다. 믿는다라고 말을 해놓고 어쩌면 믿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많이 울적하고 무서웠다. 그런 기분이 사람을 얼마나 진이 빠지게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를 끝까지 믿는다' 라는 것의 위대함과 소중함, 그리고 '누군가 나를 믿어주고 있구나' 라는 것이 나를, 그리고 우리를 달리게 해준다라는 자체를 나는 많이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믿음' 이 주는 새로운 리더십, 이 것이 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믿자 믿자, 너를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내가 더 잘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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