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

렛미인 (Let the right one in)

by Evelina 2008. 11. 26.
반응형
오랜만에 구입해본 영화 잡지에는 흔하지 않은 유럽영화에 대한 소개가 실려있었다. 나름 코미디 영화를 찍는 감독으로 유명했던 사람이 베스트 셀러였던 'Let the right one in'이라는 소설을 배경으로 공포 영화지만 공포를 뛰어넘는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이라기라면서 설명을 했었다. 이 글을 읽어서 너무 보고 싶었다기 보다는 사진 속에서 느껴지는 희다보다는 '창백하다'라는 느낌, 무섭다 보다는 '외로움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라는 느낌 만으로 이 작품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문득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를 내내 보면서 이 영화가 정말 사랑 영화야?라는 의문은 가시질 않는다. 다만, 감독은 이 독특한 소재의 영화를 통하여 인간의 본질과 인간이 늘 맞닥들여진 문제에 대한 그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동영상 인터뷰를 보니, 그렇지 않다고 생각도 드는 것은 또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인간과 뱀파이어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에 인간과 뱀파이어는 한 곳에 공존하지 못하는 존재다. 뱀파이어는 사람들의 피가 필요하고, 사람들은 피를 뺏기지 않으려면 그들에게서 멀어지거나, 그들과 대적해야만 상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서로 섞이지 않은 둘의 관계가 묘한 사랑의 감정으로 엮어지기까지한다. 그리고 이후에도 그들의 서로의 상호보완적인 역할은 더욱 강해져만간다. 그들은 그들의 문제점을 서로 보안해나가면서, 더욱 강해져진다. 하지만 그들의 강함은 정말로 강한 것일지, 혹은 일시적인 개인적인 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순간의 강함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초대받지 못한 자

Come in. 이엘리라는 뱀파이어 소녀는 컴인이라는 초대의 말을 들어야지만 인간의 방에 들어갈 수 있다는 컨셉은 참으로 신선하다고 해야할 것 같다. 밤에만 활동하고, 태양빛을 쐬면 불타버리거나, 십자가를 무서워하는 뱀파이어의 습성 이외에 이 곳에는 특이한 설정이 바로 'Come In'이라는 초대라는 개념인 것이다. 처음부터 뱀파이어라는 것은 아마도 인간에게 있어서는 초대받지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그들의 초대했던 사람들은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지거나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이었다는 점은 더욱 흥미롭다. 초대를 받지 않아도 상관없는 거리에서는 배가 고파지만 잡아먹으면서 말이다.


더 외로운 것은 누구일까

이엘리라는 소녀는 얼마나 세월이 지났을지 간음하기 어려운 뱀파이어이다. 감독 역시 어리지만, 1200년이라는 세월과 그 세월을 보내면서의 고단함이 여자 주인공의 눈에 보여 캐스팅을 했을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이엘리는 처음등장부터 '난 너랑 친구안해'라는 말처럼 누군가에게 정을 주거나, 사랑을 하거나, 친구가 되지는 못한다. 그녀는 평생을 죽지않고 살아가고, 또 언젠가 배가 고프면 배신을 해야하기 때문에 늘 혼자이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혼자로 있어야 하는 것도 알고 있는 그녀의 심정을 얼마나 외로울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언제가는 죽을 운명이지만, 늘 학교에서는 이지매를 당하고,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있지만 뭔가 감싸주고 있다거나, 보호받고 있다라는 느낌은 들지 않은 소년 '오스칼'이 있다. 어디에서든 그는 소속되어 있지만, 진정으로 소속되어 있지 않다면 그 역시 외롭고 힘든 것이다.

이 둘을 가만 두고 보면 누가 덜 외롭고, 더 외로운지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들은 그들의 외로움과 서로의 고단함을 알기 때문에 그들도 모르게 끌렸고, 안되는 것은 알지만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많은 사람들이 리뷰를 남긴 것처럼 그들은 다른 2개의 객체가 아닌, 네가 나고, 나가 너인 1개의 동일한 객체이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마치 거울에 비친 것이 실제가 아니더라도 나와 거울에 보이는 형상이 마치 각각의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뭔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나의 하나의 의문은 이 영화 자체에 대해서 감독은 이 영화의 내용이 딱 스웨덴의 80년대와 꼭 맞다라는 이야기를 했었으나, 그 당시 스웨덴의 정세를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으니 조금은 답답한 느낌이다. 다만 약간의 공산주의와 그 동안의 외부와의 관계가 적었던 스웨덴이 국가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후 외국의 힘을 빌어, 혹은 같이 손을 잡고 커갔던 케이스들이 80년대에 부쩍 많아졌었던 것 같다. (잘 모르기 때문에 자료의 내용은 충분히 부정확할 수 있음) 이런 식으로 본다면 외로운 스웨덴과, 초대해도 좋을지 말아야할지 고민되는 외국은 어쩌면 그들에게는 뱀파이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 자체는 그동안 봐왔었던 한국 영화나, 블록버스터에 볼 수 없었던 색감과 영상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감독이 국제화를 노렸던 것인지에 대한 의도는 알 수 없으나, 소리를 듣지 않고서 혹은 자막이 없이도 영화에 몰입하거나, 감정이입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라는 말이 이해가 갈 정도로 생소한 스웨덴어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느낌이 영화의 공포스러움 보다는 적막함, 외로움을 잘 표현해 준 것 같았다. 다만,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영화 전반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좋았으나, 왠지 그 음악의 소리가 조금 더 잔잔하게 작게 깔려있었으면 밤시간이 더 길고,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여있는 스웨덴의 작은 마을을 표현하기에 더 적합하지 않았나 모르겠다. 

그나저나, 흔치않은 스웨덴 영화였지만 참신했고, 멋졌고, 즐거웠다.



p.s. 이 영화 관람의 오점이라면 잘못고른 스낵 메뉴? ㅋ

반응형

'엔터테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공의 비밀 - Secret  (30) 2009.01.06
미녀는 괴로워! 정말 Beautifull!!  (21) 2009.01.01
벼랑위의 포뇨 (崖の上のポニョ)  (40) 2008.12.19
아내가 결혼했다?!  (4) 2008.11.14
구구는 고양이다  (14) 2008.11.04
M.C the Max 공연 후기  (12) 2008.10.20
영화는 영화다 (부제 : 간지는 간지다)  (14) 2008.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