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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

거북이 달린다 (2009)

by Evelina 2009.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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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Daum영화



최근 본 영화 박쥐와 마더는 인간의 본질과 내면을 조롱하듯 치부를 드러내놓은 모습이 너무나 꺼림칙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앙갚음도 생기고, 미움도 생기고, 욕심도 생기고, 증오도 생기고, 갈등도 생기기 마련이고, 참 못나고 이기적이고 흉칙한 모습을 알면서도 그 것을 인정하기까지란 쉽지않은 일이라 찜찜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단순하게 뺏긴 돈이 아깝고, 맞은 게 억울하고, 동네에서 얼굴 쪽팔려서 죽자살자 잡기 시작한,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하고, 경찰이지만 소시민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조필성의 추격은 어찌보면 너무나 뻔한 스토리에 내용 전개가 모두 보인다라는 반발이 있을지는 모를지라도, 이 목표가 단순한 개인의 오기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평범한 소시민이 승리하는 이야기는 늘 즐겁다. 현실에서 열심히 일하고,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심을 세우고, 즐거워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그 내용이 뻔하더라도 마음이 편하다. 마치 위의 영화와는 다르게 그래! 우리도 저렇게 살 수 있는거야라고 희망을 얻은 것처럼 말이다.


거북이 달린다에서 이 사람의 직업인 경찰은 참으로 조롱 덩어리라고 해야할까, 은근 꼬집는 구석이 없지않아 발견된다. 현상 수배범을 잡는 것이 경찰의 본분을 다하기 위함도 아니고, 단순한 개인적인 오기 발동이었다라는 점을 시작으로 처음에는 대적할 상대가 못된다고 생각해서 잡을 생각도 없었던 시골 경찰들과, 어떻게서든 보기좋은 단감을 따려드는 특별 기동팀이나, 마지막 실적을 남에게 돌리지 않기 위해서 싸우는 장면이나, 조필성과 탈주범 송기태와의 관계에서는 경찰의 관계는 다만 조롱 거리일 뿐이다. 오히려 이런 장면들이 흔할 수도 있는 영화가 단순히 레파토리 뻔한 영화가 아니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본다. 선으로 대변되는 경찰의 승리가 아니라, 오기도 부리고 자존심도 있고 부양해야할 가족도 있고, 아빠로서의 체면도 있는 그저그런 소시민이 보여주는 승리라는 것 말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찝찝한 마음없이, 귀엽네~라고 한마디 툭 던지며 나올 수 있었던 재미있는 영화한편이라 주말 내내 기분이 즐거웠다.



p.s. 이제껏 정경호가 약간 비실에 마르고 여자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했었던 나의 편견은 이번 영화에서 많이 깨졌다. 사실 정경호가 출연했던 작품을 제대로 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 키도 크고 날렵하고, 나름 남자다운 정경호를 발견하게 되어서 또 나름 기뻤음! ㅋ

p.s. 사실 코렐라인을 비롯해서 영화랑 책 리뷰, 그리고 맛집 리뷰를 써야할 것들이 산더미 같은데 엄두도 못내고 있어서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이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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