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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2009)

by Evelina 2009.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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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um 영화

출처 ⓒ Daum 영화


- 현재 상영중이고, 또한 영화 사이트에서 줄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어 다른 내용들은 일체 배제하고 개인적인 감상만 남길 예정입니다. 영화가 궁금하시다면 클릭 -


더리더라는 영화는 처음에는 관심 반 - 무관심 반으로 저에게 다가왔던 영화였습니다.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를 시도했는데 제가 보고 싶었던 영화들은 아직 개봉예정작이라 볼 수가 없어서, 그 차선으로 저와 친구는 더리더라는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자칫 '사랑' '독일' '세대차이' 이런 키워드들이 먼저 다가와서 그랬는지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철학은 좋으나, 요즘 들어서는 지루한 영화는 딱 취향에 맞지 않더라구요. 물론 액션이나 과다하게 스피디한 영화도 스토리가 엉성하거나 늘어지거나 혹은 반복만 된다면 지루합니다.;;)

야한 영화였을까요. 누군가는 초입부의 섹스 장면과 노출 장면으로 패닉 상태에 빠져서 영화 리뷰에 별 하나 정도를 주셨더라구요. 만점 별들 사이에 한두개 간헐적으로 보여서 그런지 굉장히 리뷰가 잘 보였거든요. 그리고 좋다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경우, 싫은 사람은 왜 그러지라고 생각하는 거은 너무 자연스러운 호기심이라고 생각하구요. 이 리뷰들이 모두 이런 음란함을 지적하며 기분 나빠하는 평가들이라 리뷰를 읽고 가시는 분들은 살짝 긴장도 하시겠습니다. 그래요. 이 영화는 청소년의 성적인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호기심으로 끝나지만은 않았던 영화라 오히려 이렇게 오신 분들이 더 감동을 먹고 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펑펑. 이 영화가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저는 제가 울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었는데 그냥 수돗꼭지를 열어둔 것 처럼 눈물이 마냥 흐르고 있는 제 자신을 보았습니다. 소년이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간직한 채, 그녀가 감옥으로 가는 걸 지켜보면서 눈물덩이를 바닥에 내려놓았을 때, 그리고 나중에 그녀에게 다시 책을 읽어 녹음을 해줄 때에 더이상 참기는 힘들었던 것 같기도하고, 참으려고 애를 쓰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급격하지 않게, 아주 서서히 그 감정들이 이입이 되었고, 정말 총맞은 것 마냥 그냥 심장이 아파서 울어버린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저도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영화관에서 그 소년의 눈망울을 보신 분들이라면 제 기분을 조금 이해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영화관 내에 다들 흐느끼는 소리가...)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슬프다' 거나 '안타깝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냥 너무 너무 아프고, 너무너무 아름다웠다는 느낌만 그대로 입니다. 그냥 왜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도, 머리로도 왜 좋은지 유추할 수도 없습니다. 그냥 '말로도 표현 못하고' '논리적이지도 않고' 그런 것들이 그들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시대는 변해도, 사랑은 그대로. 이 영화를 독일 그리고 아우슈비츠라는 역사적인 배경을 두고 만들어진 영화라 '정치적인 영화'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물론 그러한 역사적 배경이나 정치적인 부분이 없다고는 하지 못하겠으나, 어쩌면 작가는 아직 이야기해도 무거운 주제, 그리고 견딜 수 없이 많은 상처를 냈었던 그런 역사만큼이나 그들의 사랑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당시의 정황을 보면 나치즘이 판을 쳤었고, 그것에 대해 아무도 벌하지 않는 사회에서, 이후에는 용서를 구하고 처벌을 받는 것처럼 사회의 정의와 판단 규범은 계속 변해갑니다. 하지만 이데올로기의 변화나 사회의 격동적인 변화 속에서도 '사랑'이라는 가치는 그대로였으니까요. 어쩌면 시대를 가로질러 변치않을 기준은 '사랑'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뭔가 뭉클하네요.


아무튼 무언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훌륭했다' '좋았다' 라고 머리보다 가슴으로 느껴졌던 영화입니다. 다른 분들도 많이 영화관에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추신: 아내가 결혼했다. 키친에 이어 이 영화를 보니, 사랑을 하기 위한 조건이 '무조건 뇌가 단순해야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사랑은 이해가 되지만, 그녀의 행동은 정말 이해하기가 힘들었거든요. 아마 그녀의 저돌적으로 솔직하고 단순한 사랑법이 아니었다면, 그 소년도 사랑을 몰랐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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