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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뮤지컬] The King and I, 그리고 수입 뮤지컬에 대한 짧은 생각

by Evelina 2007.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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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반복된 긴 출장과 바쁜 프로젝트가 끝이 난 기념으로 오랜만에 국립극장 나들이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브로드웨디 뮤지컬 오리지널팀이라니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죠. 게다가 50% 할인으로 좋은 좌석을 싸게 구입하게 되어서 기쁜 마음은 배가 되어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워낙 율브리너가 출연했던 '왕과 나'나 주윤발과 조디포스터가 나왔던 '왕과 애나'에서 두 왕에게서 굉장한 카리스마와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그 작품을 실제 뮤지컬 무대에서 보는 것은 어떨까 더 궁금하고 사실 기대가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 조금 보고나니 실망스럽더라구요....


다 보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조금은 아쉬움과 서양문화를 받아들이는 사이암의 변화에서의 불쾌함과 불편함을 끝끝내 떨쳐버리기 힘들었던 점. 그리고 Et cetra 처음 애나에게 배운 단어가 종종 세습되어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표현은 코믹스럽더군요. anyway, etc...


1. WISDOM = 서구화 ?
Siam(사이암)에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외부와의 협력과 동맹체제가 필요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링컨이 살아있을 당시라면 아직도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존재할 무렵인가요.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왕은 자신은 현명하지 않으나, 자신이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해서 가르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믿게 하기 위해 영국으로부터 자신의 부인과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영어교사를 영국에서 데려오게 됩니다. 하지만 뮤지컬 내내 '영어교사'가 이끄는 대로 모든 게 움직이는 게 꽤나 불편했습니다.

영국인들에게 '야만인'으로 비유되지 않기 위해서, 유럽식으로 치장하고, 유럽식으로 밥을 먹고, 유럽식 음악에 맞추어 노래하는 등 그들에게 '야만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18시간 안에 그들을 뒤 흔들어 놓는 다는 것은 꽤나 불편했습니다. 예전같으면 서구화가 왠지 Advance된 느낌이라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왠지 동양인들에게 '서양화'란 좋은 거야라고 은근히 가르치려고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습니다. 결국에는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고.

그리고 뮤지컬 내내 직접적으로 '영어교사인 애나'에게 당신의 지혜를 가르쳐 달라고 하지만, 그 지혜는 그 영국여자가 살아왔던 방식이나 서양 문물의 관습을 가르쳐줄뿐 저는 그것을 '지혜'라고 보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동양의 오래된 관습과 문화를 '야만인' '못배운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 오히려 더 불쾌하게 만들었습니다. -_-;;


2. Barbarian = 오래된 관습과 문화 ?
그들은 뮤지컬의 시작부터 태국쪽의 천으로 하의만 두른 것을 보고 눈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발가벗은 (naked)라고 표현하는 것에서 부터 그들의 많은 것들을 '야만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부인을 여럿 데리고 있다던지, 이웃 왕국에서 '여자'를 선물로 보낸다던지, 아이가 수십명이라던지, 혹은 '왕의 말이 진리'라던지...등등의 모든 것들을 애나의 뜻대로 하나씩 바꿔가고 있었다. 아주 조금씩 아주 고집스럽게,,,, 나 역시 일부다처제라던가, 인간을 선물로 바치는 일을 좋아한다거나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된 관습이나 그 문화를 그 저변에 깔려있는 배경을 무시한 채 자신의 입장과 빗대어 비판하는 것은 너무 '서양식의 자국주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 가 싶다.

마지막에 왕위를 계승하면서 어린 왕자가, 절하는 방식이 야만인 같고 불편하다며 '애나'와 '그 친구들'이 보여주었던 방식대로 인사법을 바꿔버리는 기타 등등... 너무나 쉽게 '서양문화'를 비판없이 받아들이게 된 모습이 조금 더 안타까울 뿐이다. 아 역시 이런 생각 불편하다. (갑자기 '개고기'를 먹는 우리는 아직까지도 '야만인'이라고 취급하는 서양인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3. 수입 뮤지컬 = Good quality?
중학교때부터 본격적으로 뮤지컬이나 공연을 보기 시작해서, 어떻게 보면 다른 친구들보다 이런 문화를 좋아하고 즐길 기회를 많이 가졌던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공연을 고르는 안목이나, 기대하는 것도 더 높아지기 쉽상이다. 90년대 초였었나? 한참 한국에서 뮤지컬 바람이 불고 좋은 작품과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꽤나 재미있었었는데, 언젠가부터 뮤지컬 지망생들도 많아지고 뮤지컬의 질이나 배우의 역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할까. 그러면서 뮤지컬도 슬슬 한둘 수입되어 들어오기 시작했었다. 비교해서 보자니, 정말 기대이상이라고나 할까. 아니,,,솔직히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적인 유리함때문에 더 멋졌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2007년.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꽤나 유명 뮤지컬들이 수입되어 들어오고, 장기 공연도 시작하게 되었다. 흠....꽤나 참으며 보고는 있었지만 돈 10만원 이상의 값어치가 있나싶을 정도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왕과 나도 뮤지컬의 규모와 실력에 비해서 '춤'도 '노래도' '강조'도 '무대변환'도 굉장히 적어 자칫 쉽게 지루하고 졸릴 수도 있었다. (밥을 먹고 간지라 나도 1부에서는 조금씩 눈이 껌뻑껌뻑 거렸었던 것 같다...-_-;;) 무언가 부족한, 오리지날이긴 하지만 진짜 오리지널인지 의심하게 되는... 아니면 전용극장이 아니라 100%를 보여주지 못한 것인지... 혹은 요즘 이야기로 잘되는 뮤지컬들은 자국에서 한번 흥행을 증명하고 난뒤 2진들이 해외를 돌면서 공연을 한다는 이야기 (사실 같은 작품을 자국에서 보는 경우 배우나, 스케일, 연기도 확연히 다른 것도 종종 보았기 때문에..)도 있다. 왠지 비싸고 수입이라면 좋아하는 동양인들을 겨냥한 것은 아닌지 좀 씁쓸합니다. ;;

아무튼, 왕과 나를 보면서 수입뮤지컬, 정확히 말하자면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리지널팀에 대해서 정말 갸우뚱하게 되었다. (아직까지 '노트르담 드 파리', '십계'같은 프랑스 작품이나, '검부츠'같은 아프리카에서 온 작품이나'스노우쇼'나 '백조의 호수' 등등의 러시아 작품들은 꽤나 신선하면서도 재미있고 수준도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 The King and I에서 왕과 애나가 Shall we dance에 맞춰 춤추는 장면
왕 역에 폴 나카우치, 애나 역에 브리애나 보르거.



p.s. 아...주말에 밀양과 왕과 나까지 보고나니, 주말이 좀 힘겹고 쳐지는 기분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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