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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

자나돈트 2009 (Zanna, Don't)

by Evelina 2009.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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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사랑의 마법이 시작된다! "만약에 세상이 뒤집어 진다면..."

발칙하고유쾌한 상상으로 모두를 사랑에 빠지게 하는 New Musical, 당신의 상상력을 전복시킬 전혀 새로운 뮤지컬의 탄생! 하트빌,이 곳에선 모든 마이너리티가 주인공이 된다. 귀에 익숙한 유쾌한 음악과 젊음의 열기로 뮤지컬 입문자가 가장 많이 보는 뮤지컬<그리스> 보다 더 유쾌하고 톡톡튀는 상상력으로 무장한 새로운 뮤지컬 <자나, 돈트!>

공연 정보 더보기 >

공연의 한장면 (에녹이 좋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평일 오후, 갑자기 공연기획사에 다니는 친구가 느닷없이 저녁에 시간되면 공연을 보여준다는 이야기에 덥석 미끼를 물었습니다. 얼마만의 뮤지컬 나들이인지 (거의 3달만이군요 T_T) 단번에 뛰어나갔습니다. 하지만, 거의 시작 시간 한시간 전 즈음에 연락을 받은거라, 거의 오케이 사인을 던지고 바로 뛰어가야했기 때문에 대략적인 시놉시스라던지 배우들이라던지 체크를 못한 상태로 그냥 세종문화회관으로 달려갔습니다. 학생 때에는 이런 저런 연극이며 공연본다고 많이 왔었는데, 오랜만에 찾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는 꽤나 오랜만이었습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작은 공연들이 어울리는 공연장이라 더더욱 - .


Ⅰ. Zanna, Don't !  

공연장에 도착해서 기웃기웃거려보니 꽤나 재미있는 하이틴 뮤지컬인가? 혹은 동성애코드의 뮤지컬인가? 아무튼 사랑이야기인가보군! 이라고 짐작을 하고 있었고, 요즘 브라운관에서 얼굴을 왕왕 비추었던 '태왕사신기의 연호개역'의 김호영군이 나오나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을 거의 때맞추어 온 터라 부랴부랴 자리에 앉아서 공연을 보기 시작했고, 위의 시놉시스처럼 여자는 여자들과, 남자는 남자들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성이 서로에게 끌리고 다가가듯, 그렇게 그들은 다가갔었고, 심지어 뮤지컬 내에서 얼마나 많은 男男 女女의 뽀뽀씬을 어찌나 많이 봤어야했는지. 시작하자마자 약간 게이스러운 느낌의 자나도 모자라, 아직 상황도 파악하지 못했는데 급격하게 사랑에 빠진 두명의 남자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며, 키스를 하는 바람에 크게 웃지도 못하고 당황해하며 친구에게 '넌 일부러 나에게 하드코어뮤지컬을 권했구나'라며 멋쩍게 웃었었지만, 이후에는 그냥 박장대소하며 웃어버리게 되더라구요. (그날 관객분들이 다들 관계자이신지 콘서트장을 방불케했었더라는...;;)

아무튼 전체적인 관람 총평이라고 한다면, 비싼 개런티의 배우들로 무장한 공연도 아니었고, 무대 위에는 신인이나 어느 정도 뮤지컬에서 이제 입지를 세우고 있는 젊은실력파 배우들이 어찌나 열심히해주던지~ 혹은 뮤지컬 주제 자체가 즐겁고 유쾌해서인지~ 보는 내내 즐겁게 보고왔습니다. 꽤뮤지컬의 의미들도 이해가 쉽고, 보는 동안 하하하하 웃다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친구에게 '넌 나에게 왜 하드코어뮤지컬을 권한거니' 라고 농담을 던지긴 했지만, 그만큼 유쾌하고 신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직 공연은 진행중이니 관심있으신 분들은늦기전에 챙겨보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연습 동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뮤지컬 노래를 원곡으로 들으니 좋네요. Do you know what it's like to be with in love? 아.. 이노래 너무 좋았고, 그리고 터프한 언니 로버타 역의 '김경선 배우'도 너무 노래도 잘했었고,아직 유명하진 않지만 깔끔하게 역을 소화해 낸 '에녹'군을 포함해 모두 좋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 2개만 들을 수 있는 링크를 걸어둘께요~

# 첫 훈남 둘이 사랑에 빠지는 장면에서 부르는 노래 I Think We Got Love
# 두 커플이 서로의 상대가 말못할 아픔이 있어 4명이 부르는 노래 Do You Know What it's like



Ⅱ. Just Love Story of the others?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이 뮤지컬은 '남자들끼리 혹은 여자들끼리 사랑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처럼 동성애자들을 이상하게 바라보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함은 단연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마 관람을 하신 분들 모두 이 뮤지컬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동성애에 대한 이해'라고만 여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단순히 생각하셨다고 하더라도, 어쩌면 그것 또한 이 뮤지컬이 의도한 것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다른 것을 하나씩 이해하게 되는 첫번째 걸음일테니까요.

자나, 돈트의 뮤지컬의 전제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이성이 아니라, 동성을 사랑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면 어땠을까' 라는 가정법이 숨겨져 있습니다. 만약 예전에 백인이 아니라, 흑인이 서인도와 동인도를 발견하고 백인들이 노예를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예전 우리나라의 가정 문화에서 남자가 가장이 아니라, 여자가 가장 역할을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등등등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이나, 규범, 가치 등등 사회가 만들어 놓은 눈에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은 모든 것들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시간에 따라서, 지역에 따라서, 생각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됩니다. 오늘의 정답이 내일은 오답이 될 수도 있고, 그 당시에는 옳은 판단이 미래에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지도 모릅니다. 여기서는 맞는 이야기지만, 다른 곳에서는 틀린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단편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가짐을 통해서 '자신과 다른 것들을 조금 더 포용하고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을 수 있도록 응원하기 위한 뮤지컬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아무튼 나름 고지식해서 그런지 남자들끼리, 여자들끼리 진한 키스를 하는 장면이나, 우락부락 건장한 자나가 분홍색 구두에 여자처럼 옷을 입고 화장을 한 모습이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마지막 자나가 동성이 아닌 이성을 사랑하는 두 남녀 커플을 위해서(사실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 이성끼리 사랑하는 세상으로 변하도록 마술을 쓰고나서 모든 공연의 마지막 5분정도만 정상적이었지만, 모두 기억나지 않는 동성끼리 사랑을 해도, 남자가 여자처럼 꾸며도 이상하지 않았던 세상이 왠지 그리워지는 것도, 혹은 그런 사람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 때문에 안쓰러워보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세상엔 우리와 다른,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그리고 충분히 그런 것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려고 노력해야한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아마 한동안 꽤나 충격적이어서 자꾸 생각날 것 같긴 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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