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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

밤의 피크닉을 함께하다

by Evelina 2007.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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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님의 블로그에서 건진 일본소설 '밤의 피크닉' (밤의 테크닉이 절대로 아닙니다. ;;) 을 이제서야 몇일만에 전철을 이용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완독을 했네요. 생각해보니 차를 몰고 다닐때에는 라디오를 많이 들었었는데, 역시 지하철을 타고 다니니 책하고도 가까워지네요. 회사와 거리가 있다보니, 몇일만 왔다갔다 하게 되면 다 읽어버리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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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개인적으로 작가들의 이름들 잘 못 외웁니다. 굉장히 미안하네요)의 소설 '밤의 피크닉'의 무대와 시간은 굉장히 짧습니다. 마치 소설속의 고3의 시절만큼이나 짧고, 어색하고, 능숙하진 않지만 무언가 강렬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에는 잘 몰랐지만 지났을때에는 '그때 나도 뜨거웠지'라고 생각되는 '청춘'의 한면을 그리고 있는 듯합니다. 쓱스럽지만 용감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보행제', 즉 누군가와 함께 죽어라 걷는 다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하루종일 륙색을 메고 걷고 또 걸어야 한다는 것. 매우 단순하고 힘든 일이라 생각합니다. 한번도 박카스 대장정과 같은 고생을 꿈꿔보지도 부러워해보지도 않았던 저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끔 하는 건 어쩜 대단한 일인지도 모르죠. 나도 한번은 누군가와 걸어보고 싶다라는 생각.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생각없이 걷게된다면이 아니라, 같이 걸을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라는 의문이 가장큽니다. 책의 내내 그들은 홀로 아무 이야기하지 않고 걸었다라는 것은 없습니다. 단순하고 힘든 보행을 하는 동안, 그들은 스스로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주변 친구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 그 연속적인 단순함을 탈피하기 위해 친구들은 그동안 일상에 치여 말 못했던 일들에 대해 속 시원히 이야기하게 됩니다.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대화하고, 또한 사랑의 고백도, 누군가의 오해도 씻는 일들이 모두 이 단순하게만 보였던 보행제 속에서 모두 이뤄지죠. 이런 보행에서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면 정말 힘들겁니다. 어쩜 중간에 차를 타고 귀가해버렸을 수도 있겠죠.

아무튼 이렇게 함께 걸음으로써,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게 된다는 것. 꼽씹어 기억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예뻐보이는 책이라는 것과, 하루동안의 걷기라는 행사와 몇몇 인물을 통해서 촘촘하게 엮어져 있는 관계와 갈등과 그리고 그 속에서의 성장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가도 참으로 예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가 여자인가요? 왠지 남자 작가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미묘함과 섬세함, 그리고 그 사이의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으려는 작가의 노력이 보여 나름 여자 작가가 아닌가 추측을 해버리게 되네요.)

아. 오늘 퇴근글 좋은 말벗하나가 있다면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보는 건데 그랬어요. 대학때에는 친구와 종종 미친척하고 몇시간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없네요. 책의 한 구절처럼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좋은 기억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


* 이 책을 읽기 전에 : 당신의 H(헨타이) 지수는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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