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

오타쿠, 그들은 누구인가

by Evelina 2008. 9. 26.
반응형


솔직히 이 책을 읽고나서, 차라리 이 책을 읽지 않았었더라면 좋았을껄이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오타쿠들의 모습이 이 정도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었고, 긍정적인 면보다는 왠지 부정적이고, 어둡고, 무언가 꺼림칙한 전반적 분위기와 함께 오타쿠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거나 혹은 그들을 이용할 수 있는 가치를 느끼고 있는 기회주의자들을 위한 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을 모두 읽은 다음, 제가 예전에 보았던 '현시연'이라는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를 하게 되었다거나, 약간은 몰랐던 특징을 알게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또한 그것을 얻기 위해서 읽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조금은 듭니다. 처음에 재미있을 것 같아라는 기대와는 반대의 작용을 한 것 같습니다. (관련글 : 2007/11/18 - [엔터테인] - 현시연(げんしけん) )

일본사회에서는 '튀어나온 못'이라는 표현을 빌리자면 모두 똑같아야하는데, 뭔가 고르지 못하고 너무 못하거나, 떨어지거나, 너무 예쁘거나, 너무 못생겼거나 하는 식으로 평균에 이르지 못하는 자들을 이지매하는 그들의 사회문화적인 이슈라거나, 과거에 비하여 시대적으로 풍요로워지고 큰 걱정도 없이 살아갈 수 있어서 그런지 무언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구체적이고 분명한 목표와 비전이 없이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생길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인 이슈, 과거에 비하여 이지매나 가족에 대한 의미가 약해지면서 생기되는 애정결핍이나 부족들이 어떻게 보면 그들을 히키코모리로 만들어버리거나, 만화나 장난감 같은 어린 아이들의 전유물에 점차 빠지게 하고, 이후에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그 괴리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정서적인 이유들도 등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일단은 전반적으로는 어두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책 커버의 아톰하고는 정말 안어울리자나!!) 

하지만 오타쿠라는 사람들이 기꺼이 자신이 아끼는 것에 대하여 투자할 수 있는 굉장히 소신이 뚜렷한 투자가들이라는 생각과, 오타쿠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들여다보면 무언가 찬반 대립을 하는 토론식의 대화법이 아닌, 자신의 더 많은 지식을 과시하기 위하여 늘여놓는 서술의 누적들로써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격렬한 토론은 없어보이는 등의 대화법에 대한 것들도 많은 부분 할애가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현시연에서의 토론을 지켜보면 굉장히 해박하고 난해한 이슈에 대하여 거침없이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의 팽팽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들의 대화는 굉장히 지적이며 선한 그 무언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넋이 조금 나가지요 ;; 

우리나라에서도 오타쿠 등이 약간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약간 한국의 오타쿠들은 아직 일본에 비해서는 굉장히 얕은 수위라고 해야할 것 같고 조금은 다른 것 같습니다. 늘 궁금하지만 매니아 vs. 오타쿠에 대한 정의는 무언가 종이 한장 차이 같지만 굉장히 다른 것처럼 느껴져서 어떻게 정의해야할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사회적인 관계와 활동성이랄지, 그들의 라이프에 있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지배력을 가지는 지에 대한 수위로 논할 수 있을런지요. 갑자기 제가 매니아라고 생각하는 어떤 분께 "매니아랑 오타쿠랑 차이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난 오타쿠가 되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중이야."라는 답변으로 함축하셨기에 더욱 애매모호해져 버린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두서는 없었지만, 꽤나 나름 재미있게 읽긴 하였으나, 그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어둡고, 하드코어적인(?) 내용이 많았고, 게다 나름 야한 사진이 많이 실려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에 책을 읽곤하는 저 같은 중생에게는 가끔 민망할 때도 있었다는. (뭐, 오타쿠라는 이름이 들어간 책을 읽고 있는 처자의 모습도 그닥 좋아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 - )


p.s. 책은 상당히 두껍습니다. 읽지 않거나, 혹은 당신이 오타쿠라고 생각하신다면 더더욱 읽지 않으시길 권해드립니다. 









반응형

'엔터테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M.C the Max 공연 후기  (12) 2008.10.20
영화는 영화다 (부제 : 간지는 간지다)  (14) 2008.10.07
완전 귀여운 2PM  (16) 2008.10.03
신기전! - 알고보니 코믹물?  (20) 2008.09.19
즐거운 나의 집, 그리고 새로운 가족의 의미  (8) 2008.09.16
맘마미아!  (16) 2008.09.15
디테일의 힘  (5) 2008.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