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

청담보살 (2009/ 한국)

by Evelina 2009. 12. 7.
반응형
청담보살
감독 김진영 (2009 / 한국)
출연 박예진, 임창정, 김희원, 서영희
상세보기

나의 유기농 언니는 맘이 심란하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느지막하게 '우리 점 보러 안갈래?'라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점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시원하게 답이라도 듣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면 나는 데이트 신청을 하며 길거리의 타로카드 점을 재미삼아 보러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용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하는 말에 우리가 정당화하기 위해 이야기를 껴 맞출 수도 있고, 어쩌면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에 대한 기가 막힌 통찰력과 관찰력으로 이야기를 해주는 지도 모른다. 아니면 혹은 점을 빙자하여 아무도 모르는 제 3자에게 털어놓으면서 심리적인 카운셀링을 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청담보살 또한 이러한 사주 카페 같은 트렌드를 코믹하게 영화로 구성한 영화같다. 현대인들이 점을 신봉하는 것은 아니지만, 은근 오는 사람들이 의심이 많거나, 혹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고민하는 심리 카운셀링이 필요한 사람들 혹은 자신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그럼 이야기를 듣고 점을 봐준다. 솔직하게-. 무당인 주인공 박예진도 자신의 사주를 따라 남자를 찾으면서도, 결국에는 사주와 맞지 않는 남자와 잘 먹고 사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된다. 


내용은 크게 심각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가볍게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가끔 맘도 답답하고 울적하고, 혹은 상담해줄 곳이 없어서 간 것이라면 어떻게하겠는가. 한번 훌훌 털어놓고 나면 시원해지니 그것만이라도 점의 효과는 있지 않겠나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가끔 맘에 들지 않는 일이 있었거나, 내가 지금 힘든 것도 '내 팔자려니'라고 생각해버리면 그만이니 궁색하지만 좋은 핑계거리는 하나 생긴게 아니겠는가. 암튼 그냥 한번 웃고 시간 떼우기에 딱이었던 가족(?)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p.s. 참,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점을 보러가면 젊은 사람들에게는 지금까지 고생 끝, 앞으로 좋은 남자 만날 거다, 좋은 일이 있을거다라는 희망적인 사주 이야기를, 그리고 나이가 지긋이 든 사람들에게는 '인생이 너무 힘들었어~' 집에 속을 썩이는 사람이 있네, 사주가 사나워서 힘들었겠네라고 팔자에 힘들다고 써있다는 식으로  불쌍하게 사주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하네요. 이 이야기에 젊은 사람들은 앞으로 달려갈 수 있고, 나이든 사람들은 여태 답답했던 것에 대한 이유와 다독임을 받은 것 같아 '그럼 그렇지~'라고 하면서 맘을 놓여한다고 하시네요. 그러고보면 카운셀링이 딱 맞네요. 그 사람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이야기를 하니까요.

반응형

'엔터테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고의 콘서트, '연우(戀雨) 속 연우'를 만나다  (4) 2011.07.06
최근 본 몇 편의 영화들  (16) 2010.08.26
최근 본 영화들  (16) 2010.01.03
이키가미 (イキガミ, 2008)  (12) 2009.11.04
최고의 단편 작품, Validation  (9) 2009.10.16
최근 본 영화 3편  (14) 2009.10.14
백야행  (10) 2009.10.09